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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극자료실

불끈불끈 힘을 내소

불끈불끈 힘을 내소

등장인물들 :
우렁각시
총각
모갑이
얄미댁
마당쇠
모리배 삼형제
마을 사람들

이 대본은 우리나라 전라북도 익산 지방에 전래되어 오는 '익산 삼기농요'를 근간으로 삼아, 민화 '우렁 각시'를 첨가하여 마당극으로 엮었다.
이 대본에서 나오는 노래들은 노동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므로 각 노래에 따라 거기에 맞게 일하는 동작들이 마임으로 표현되어져야 한다.
우렁 각시에 대해서는 예수의 생애를 일부 옮겨 놓았다. 그러므로 성서에 나오는 농사와 관계된 구절들을 우렁 각시의 대사로 만들었다.


첫째 마당
(모든 등장 인물들이 놀이판으로 나온다. 다 함께 노래 불러 흥을 돋우면서 모심는 동작을 곁들인다)

등장인물들 :
"여여어 여여루 상사듸이여  
여보시오 농부들아  
아아나 농부들 내 말 듣소
한일자로 쭉 늘어서서  
입구자로만 모를 심세
여여루 여여루 상사듸여  
남훈전 달밝은데  
순임금의 놀음이요  
학창의 푸른 대숲은
산신님의 놀음이요  
오뉴월이 당도하면
우리 농부 시절이로다  
패랭이 꽃 지다 매화를 꽂고서  
여여어 여여루 상사듸이여

(자진 농부가 곧 이어진다)

선창 : 여여어 여루 상사듸여

후창 : 여여어 여루 상사듸여

선창 : 여기다 꽂구 저기다 꽂고 얼마 안 가서 모를 심세 여여어 여루 상사듸여  나렸단다 나렸단다 암행어사 나렸단다  여여어 여루 상사듸여"

모갑이 : (사설조로) 추석 맞아 우리 교회에 만당을 이뤄 주신 남녀 노소 어르신네. 사람들에게서 온 것도 아니요, 사람을 통하여 되것도 아니요, 예수 그리스도와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리신 하나님 아버지로부터 부름을 받은 여러분들께 삼가 문안 드리오.

(등장 인물들, 관객들에게 인사한다)

모갑이 :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놀이판으로 나온다. 등장 인물들은 놀이판 가장 자리에 원형으로 둘러앉는다.)

총각 : 이 농사를 힘들여 지어서 누구랑 먹고 살꼬?

우렁 각시 : 나랑 먹고 살지 누구랑 먹고 살아.

총각 : 이게 무슨 소리냐?

총각 : (사방을 둘러보며) 목을 길게 빼어 사방 팔방을 둘러보니..

모갑이 : (북을 탁 치며) 뭐가 보이냐?

총각 : 논두렁만 보인다네.

모갑이 : 논두렁만 보인다네.

총각 : (다시 허리를 구부려 일하면서) 이 농사를 힘들여 지어서 누구랑 먹고 살꼬?

우렁 각시 : 나랑 먹고 살지 누구랑 먹고 살아.

총각 : 허어, 이상하고 야릇한 노릇이구나. 무슨 소리가 분명 나긴 나는데. 논두렁 덤불 속을 뒤져 봐야겠다.

모갑이 : (놀란 표정으로 멈춰 버린 총각에게) 뭐를 찾았나, 총각?

총각 : 이 논두렁 덤불 속에 꼭 항아리만한 우렁이가 있네.

모갑이 : (북을 탁 치며) 항아리만한 우렁이가 있다네. (총각에게) 어이 그 우렁이를 어쨌나?

총각 : (우렁 각시를 안고 나온다) 보듬어 안고 집으로 갔네.

모갑이 : 집에 가선 어쨌나?

총각 : 누구 눈에도 띄지 않게 장롱 깊숙이 꼭꼭 숨겨 놨네.

모갑이 : (북을 탁 치며 등장 인물들에게) 우리는 안 본걸로 해두세.

총각 : 이튿날 일하러 나가지 않았겠나. 근데 방안에 걸게 차린 밥상이 놓여 있더란 말이네. 이게 웬 밥상이냐, 의심 쩍으면서도 시장하던 참에 엣다 가릴 것 없다 싶어 다 먹어치우고서는 일하러 나가지 않았겠나?

모갑이 : (북을 탁 치며) 그 총각 눈치도 없네. 다음날은 어찌 됐나?

총각 : 다음날에도, 또 다음날에도, 또 그 다음날에도 걸게 차린 밥상이 있었겠다. 이렇게 날이면 날마다 점심 밥상이 차려져 있으니, 하루는 일 나가는 체하구서 숨어 있다가는 문 창호지 침을 발라 이렇게 구멍을 뚫고 방 안 동정을 엿보지 않았겠나. (깜짝 놀란 시늉을 한다) 어라, 저거는 뭐야?

모갑이 : 허허 속 타서 죽겠군.

총각 : 저게 무어냐 할 것 같으면, 점심 때가 되자 장롱 속에서 어여쁜 각시가 나오더니 또두락또두락 밥상을 차려 놓구선 다시 들어가려 하는 것이었다. 우지끈 둥딱 방문을 박차고 들어가서 우렁 각시를 붙잡고 늘어지는데.-(우렁 각시의 치맛자락을 붙잡는다) 가지 마오, 가지를 마오.

등장 인물들 :
(속요를 부른다. 악의가 있어서라기보다 이렇게 놀려 댐으로써 한껏 친근한 정감을 돋우려 하는 것이다)
"자식 자식 망할 자식
똥통에 빠진 자식
대꼭지로 건진 자식
구정물에 헹군 자식
부뚜막에 말렸다니
기집치마 붙잡고는
죽자 살자 하는구나"

우렁 각시 : 사내 대장부께서 한낱 아녀자를 붙잡고 놓지를 않으니 동네 사람들이 놀리지를 않는 가요?

총각 : 놀리든지 말든지, 이 내 뜻을 알아 줄 때까지 놓지를 않겠소.

우렁 각시 : 아직은 때가 안되었어요, 서방님.

총각 : 서방님? 내가 서방은 서방이란 말이오?

우렁 각시 : 하지만 서방님께서 너무 성급하셔서 아직 때가 덜 되었는데 저를 붙잡고 놓지를 않으시니, 이렇게 살면은 얼마 안 가 슬픈 이별을 하게 되오.

총각 : 슬픈 이별이라니? 그럼 기쁜 이별도 있소? 헤어질 때는 헤어진다고 치고 사는 동안만이라도, 잘 살아 봅시다. (얄미댁에게 다가가서 손을 잡고 끌고 나온다)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며느리 절 받으시오.

얄미댁 : 오냐, 오냐. (으스대고 앉아서 우렁 각시의 절을 받는다) 절 받아서 기분 좋다만 앞날이 캄캄하구나. 에미 자식 둘이 먹고 살아도 시원찮은 살림인데 이제 며느리 너까지 셋이 되었으니 밥해 먹어야 할 것 죽 쒀먹어야 겠다.

모갑이 : (북을 탁 치며) 저 시어미, 심통 하나 사납구나. 며느리 절 받고 처음 한다는 말이 밥해 먹어야 할 것 죽 쒀 먹어야겠다?

등장 인물들
(속요를 부른다)
"동두깨미 세간에
아들 놓고 딸 놓고
시어미한테 뺨맞고
아프다 소리 못하고
입만 딱딱 벌린다"

모갑이 : 저 총각이 저 건너 묵밭처럼 올해도 묵을 줄 알았더니 우렁 각시 만나 새살림 차렸것다. 이 아니 장하냐. 허나 단칸 짜리 초가집에 옹색하게 신방을 차릴 수야 있나. 여보시오 동네 사람들아, 우리 새 집터를 다져 줌세.

등장 인물들 : 우리 새 집터를 다져 줌세. (등장 인물들 중에서 남자들 망깨소리를 부른다. 망깨라는 커다란 나무 토막을 들어올렸다가 내미려 집터를 다질 때 부르는 노래다)

남자들 :
"천근아 망깨는 공중에서 놀고
어이어라 허어라
열 두 자 발목은 용왕국 들어가네
어이어라 허어라
백만에 장자에 부자라 하여도
어이어라 허어라
백만에 장자에 부자라 하여도
어이어라 히어라
돈 떨어지면 우리와 같다네
어이어라 히어라
줄 많이 당기고 손바닥 부풀고
어이어라 히어라"

여자들 : 어어, 잘한다. 경사가 났는데 우리인들 가만있겠어요? 맷돌 갈아서 잔치를 할라요. (맷돌 노래를 부른다)

여자들 :
"둘러길랑 내두를게
둘러주소 둘러주소
하나둘이 같아도
둘러주소 둘러주소
열 스물이 가는드이
둘러주소 둘러주소
곁에 사람 보기 좋게
둘러주소 둘러주소
인삼 녹용 먹은 듯이
둘러주소 둘러주소
냉수 동이나 먹은 듯이
둘러주소 둘러주소"

남자들 : 어어, 잘도 한다

둘째 마당 (모리배와 마당쇠가 등장한다)

모리배 : 이놈 마당쇠야!

마당쇠 : 아이구 귀청 떨어지네. 날 불렀소?

모리배 : 가마를 내오너라.

마당쇠 : 이런 답답한 양반 봤나. 요새 세상이 어느 땐데 가마를 찾으시오?

모리배 : 암, 그렇지. 여봐라 마당쇠야, 내 벤츠 자가용에 휘발유 먹여 놨느냐?

마당쇠 : 이웃집 돼지 아가리에 구정물 퍼넣듯이 먹여 놨소.

모리배 : 아이구 무슨 대답이 그리도 시건방지냐.

마당쇠 : 벤츠인가 변소인가 그걸 타고서 어딜 가려고 그러시오?

모리배 : 강남으로 땅사러 갈란다.

마당쇠 : 엊그저께 강남땅 모조리 사버렸으면서 또 뭐가 남아 있겠소. 그만 둬 버립시다.

모리배 : 너 모르는 소리 말거라. 한강 이남이 모두 강남땅이다. 자, 떠나자.

마당쇠 : 어서 타소. 빵빠앙- (놀이판을 한 바퀴 들고나서) 다 왔소, 내리시오.

모리배 : 벌써 다 왔느냐?

마당쇠 : 요새 세상 떴다 하면 구만 리지.

모리배 : 그것 참 빠랄서 좋다. 가만 있거라, 산천 경계를 살펴봐야겠다. (눈 위에 손을 얹고 허리 약간 구부려 사방을 둘러본다) 히야- 여기가 분명히 대한 민국 땅이냐.

마당쇠 : 환장했지, 환장했어. 부동산 투기해서 돈 조께 긁어모으더니 자기나라 땅 쳐다보면서 기껏 한다는 말이 여기가 대한민국 땅이냐?

모리배 : 만경창과 넓은 들에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구나. 이걸 몽땅 사버려야겠다.

마당쇠 : (허공에 대고 혼잣말처럼 그러나 큰 소리로) 누가 그러는데 개버릇은 남 못준다더라--

모리배 : 몽땅 사서는 이리 곱절 저리 곱절 딱 열 곱절만 튀겨야겠다.

마당쇠 : (허공에 대고) 누가 그러는데 나쁜짓 하면 천벌을 받는다더라.

모리배 : 이놈 마당쇠야 더 꾸물거릴 것 없다. 자, 나가자.

마당쇠 : (커다란 목소리로) 동네 사람들아, 다 들으시오. 여기 모리배가 땅을 사러 나가신다네.

모리배 : 이놈아, 공개적으로 쏘악 대기를 지르지 말거라. 모리배 행차하실 때에는 점잖게 삼박자로 나가야 하는 것이렷다. 야금야금 유들유들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방실방실.

마당쇠 : (모리배 뒤를 따라서 같은 몸짓으로) 야금야금 유들유들 동지 섣달 꽃본 듯이 방실방실  (모리배와 마당쇠, 놀이판을 돌면서 등장 인물들에게 생웃음을 짓는다. 그러다가 네 활개를 활짝 펴고 누워서 잠이 든 얄미댁을 발견한 모리배는 뛸 듯이 반가와한다)

모리배 : 봤느냐?

마당쇠 : 무엇을 봤기에 눈이 화등잔만 하시오?

모리배 : 여기를 보거라. 소나무 밑 그림자에 네 활개를 쫙 벌려 놓고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고는 할망구가 있지 않느냐?

마당쇠 : 할망구 처음 보시오?

모리배 : 넌 손자병법도 못 읽었더냐? 자고로 약한 곳을 먼저 쳐야 강한 것을 빼앗고, 게을러 빠진 이런 할망구를 꼬셔내야 저런 부지런한 사람들 땅덩어릴 모두 내 것으로 할 수가 있나니라. 마당쇠야, 요 할망구를 냉큼 깨우거라.

마당쇠 : (얄미댁의 귀에 입을 대고 크게) 일어나시오. 호랑이가 왔소.

얄미댁 : (더욱더 코를 곤다)

마당쇠 : 독사가 왔소.

얄미댁 : (코를 곤다)

마당쇠 : (조그맣게) 모리배가 왔소.

얄미댁 : (깜짝 놀라 후다닥 일어나며) 모리배 왔어?

마당쇠 : 알겠구나, 호랑이 독사보다 무서운 것이 모리배로구나.

모리배 : 아이구 동지 섣달 꽃본 듯이 반갑소.

얄미댁 : 다 늙은 쪼그랑 할망구가 뭐가 그리 반갑소?

모리배 : 난 한양에서 내려온 모리배라는 양반이오.

얄미댁 : 한양이라면 멀리서 오셨구려.

마당쇠 : 변소 타고 왔소.

모리배 : 변소가 뭐냐, 벤츠지. 그러나저러나 할머님 존함은 어찌 되시는지?

얄미댁 : 나는 얄미댁이오.

모리배 : 오호라, 얄미댁. 내 말 좀 들어보시오. 내가 뭐 하릴없이 요런 데까지 왔겠소? 다 이 고을에 좋은 일 하러 온 거요.

얄미댁 : 좋은 일이라니?

모리배 : 오뉴월 땡볕에서 뼈 빠지게 일하는 농부들, 가엾어서 차마 눈뜨고는 못 보겠소. 그래서 일 않고서도 돈 잘 벌고 부자 되는 방법을 가르쳐 주러 왔소.

얄미댁 : 일 않고도 돈 잘 번다? 그게 뭐요?

모리배 : 봉이 김선달 아시오?

얄미댁 : 암 알지.

모리배 : 그 김선달이도 대동강 물을 한번밖에 못 팔아먹었소. 그런데 내 방법대로 할 것 같으면 열번 아니라 백번도 더 할 수 있단 말이오. 그러니까 논 한마지기를 팔았다 할 것 같으면, 다른 논 열마지기를 살 수 있다 그거요. 아시겠소?

얄미댁 : 거, 더운 밥 먹고 식은 소리 마슈.

모리배 : (유들유들하게) 얄미댁--

얄미댁 : 간드러져 죽겠네. (총각을 가리키며) 저기 논에서 일하고 있는 내 자식이 쳐다보면 다 늙은 이 에미가 바람났다 하겠소. (멀리 외치듯이) 야, 이 에미는 부정한 짓 하지 않았다.

총각 : 네, 어머니.

모리배 : (마당쇠에게) 이거 유들유들 가지고서는 안 되겠다. 그러면 야금야금으로 나가는데-- 여봐요 얄미댁. 여기 내 손 위에다 땅 문서를 내놔 보구려.

얄미댁 : 땅문서? 우리 아들이 장롱 속에다 꼭꼭 숨겨 놓고 없소.

모리배 : 아무튼 여기 내 손바닥 위에 땅문서가 놓여 있다 칩시다.

얄미댁: 칩시다? 그렇다구 칩시다. 그러면?

모리배 : 이걸 평당 백원씩 쳐서 내가 산다 칩시다. 이놈 마당쇠야, 왜 그리도 눈치가 없느냐? 얼른 이백 원에 사겠다가 바람을 잡거라.

마당쇠 : 옛슈, 기분이다 이백 원!

모리배 : 옳거니 그럼 나는 삼백 원!

마당쇠 : 사백 원!

모리배 : 잘도 한다 오백 원!

마당쇠 : 너 잘한다 육백 원!

모리배 : 나 잘한다 칠백 원!

마당쇠 : 에라 모르겠다. 천원!

모리배 : 너 잘한다, 천 오백 원!

마당쇠 : 나 잘한다, 이천 원!

모리배 : 잘도 한다. 이렇게 왔다 갔다 하거든!

마당쇠 : 저렇게 왔다갔다하거든!

얄미댁 : 아이구 정신 없네!

모리배 : 자꾸만 땅값은 올라가거든!

얄미댁 : 가만있자 정신을 똑바로 해 가지고-- (손가락을 꼽아 본다) 옳거니, 고것이 고렇게 되는구나. 내 땅을 이천 원씩 쳐서 팔아 버리고서는 저 건너 텃골 김서방네 논을 백 원씩 주고 사는 것이렷다. 그럼 한마지기 팔아 열마지기 아니 스무 마지기가 되는 것 아니냐.

모리배 : 얄미댁, 이젠 아셨소?

앨미댁 :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구나. 냉큼 아들 몰래 땅 문서를 빼 내와야겠다. (허겁지겁 달려간다) 걸음아, 어서 다리거라.

모리배 : 그 사이에 오백원을 또 올려 놓거든.

마당쇠 : 잘한다 잘해.

모리배 : 자구만 자꾸만 올려 놓거든. 이놈 마당쇠야, 우리는 소나무 그늘에 앉아서 올려 놓기 염불이나 외고 있으면 저절로 땅덩어리가 굴러 들어오는 것이렷다.

모갑이 : (얄미댁을 만난다) 여보, 얄미댁. 어디를 그리 급히도 가시오?

얄미댁 : 나 오늘 운수 대통해 버렸소.

모갑이 : 운수 대통이라니?

얄미댁 : 가르쳐 주면 따라서 하게? (허둥지둥 가버린다)

모갑이 : (관객들에게) 저 얄미댁, 자기 혼자서만 운수 대통한 줄 아는 모양인데 벌써 소문이 쫙 돌았소. 한양에서 내려온 모리배와 마당쇠가 저희끼리 짜가지고서 평지 풍파를 일으켜 놓으니, 순진한 고을 사람들보소. 한 마지기가 스무 마지기가 된다는 말에 너도 나도 몽땅 팔아 버렸겠다.-- 허나 이게 어이된 일이냐, 팔고 나서 다른 땅을 사려 했으나 모리배란 놈이 어느 절에 또 및십 곱절 올려 놓아 버렸으니 되려 한마지기가 팔아 한 평도 못 살 지경이라-- 저 모리배란 놈 거동 보시오.

모리배 : (사방을 휘둘러 보며) 유들유들 야금야금 동지 섣달 꽃 본 듯이 방싱방실 몽땅 내 땅이로다.

마당쇠 : 모리배 양반 재주 하나는 알아 모셔야 하겠소.

모리배 : 이놈 마당쇠야 내 자동차에 휘발유 먹여 놨느냐.

마당쇠 : 호박 구덩이에 똥 거름 퍼 넣듯이 먹여 놨소.

모리배 : 그럼 어서 가자.

마당쇠 : 가다니? 어디로 간단 말이오?

모리배 : 이놈아, 한양으로 가잔 말이다.

마당쇠 : 왜 땅 사놓고 농사는 안 지을 작정이시오?

모리배 : 미쳤다고 내가 농사를 짓겠느냐? 땅의 시골에다 사놓고 정작 값은 한양에서 울려야 하는 것이렷다. 그럼 한양으로 떠나기 전에 이 고을 사람 모아 놓고 일장 연설을 해 보는데-- (등장 인물들에게) 너희는 잘 듣거라. 너희가 내 땅에서 붙어 먹고 사는 처지 아니냐? 나 알기를 이제부터는 하나님 알 듯 해야 하고, 오직 나한테만 진실하고 착한 종처럼 되어야 하는 것이니라. 그리고 또 듣거라. 가을 추수 때 내가 오겠거니와 거둬들인 수확 중에서 너희는 조금 먹고 나머지는 땅 주인인 나한테 바쳐라. 우리는 이만 떠나도록 하자.

모갑이 : (두 발을 뻗고 땅을 두드리며 탄식한다) 아이구 당했구나. 우리가 몽땅 저 모리배 놈의 소작인 신세가 되었구나.

셋째 마당
(등장 인물들 형제와 자매,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며 자포 자기적인 절망도 보여준다.)

아내 : 미련하기가 곰 같은 영감아, 나하고는 말 한마디 상의 없이 왜 논이며 밭이며는 몽땅 팔아 먹어?

남편 : 누가 이리 될 줄 알았나? 허지만 먼저 충동질 한거는 장인 어른, 그러니까 당신 아버지라구.

아내 : (가슴을 치며) 아이구 속 터져!

형 : 왜 허구헌 날 술만 쳐먹고 다니느냐? <p>아우 : 세상 살기 싫어 그렇소.

언니 : 흥, 너 꼴 좋게 됐다.

동생 : 언니야말로 꼴 좋게 됐우. 생기기도 밉상맞은 언니, 돈 한 푼 없이 거덜이 났으니 어느 놈팽이가 데려가겠우?

언니 : (악이 올라서) 뭐라구?

동생 : 입은 삐뚤어 졌어도 말은 똑바로 하라고 그럽디다.

언니 : 이것아, 내 신세가 네 신세인데, 뭐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똑바로해? 아나, 해봐라, 해봐?

부모 : 일좀 해라, 일 좀. 방 구석에 자빠져서는 꼼짝도 안 하고 있으니, 그럼 우리 식구 굶어 죽으란 말이냐?

아들 : 이제 우리 땅도 아닌데, 뭐가 그리 신명난다구 일을 하겠소? 굶어 죽든지 말든지 꼼짝도 안할라요.

모갑이 : (등장 인물들의 넋두리를 다 듣고 나서 더욱 서럽게) 망했구나. 망했어. 땅은 땅이로되 우리땅이 아니고, 일꾼은 일꾼이로되 꼼짝도 안하는 일꾼이로구나. 신세 한탄에 싸움질 판에 저 논밭 버려져서 잡초만 무성해져 가고, 장차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이냐?   (우렁 각시 등장 인물들 앞으로 나온다)

우렁 각시 : 여러분, 제 말을 들어 보세요.

모갑이 : 우렁 각시가 할 말 있단다. 우리 모두 들어보세.

우렁 각시 : 여러분이 절망하고 한탄하는 까닭은 이 땅의 주인이 모리배라고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등장 인물들 : 그럼 모리배가 우리 주인이 아니란 말이오?

우렁 가시 : 그가 아니에요. 그는 단 한 톨의 쌀도 맺어 줄 수 없잖아요? (기도하듯이) "하나님, 아버지.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소서." 진짜 주인은 단 한 분뿐이시며, 그분의 사랑에 우리의 노고를 더하여 얻는 것, 그것이 일용할 양식이 아니겠어요? 그러므로 여러분은 절망하지 마세요. 오직 참된 주인 앞에서 불끈불끈 힘을 내오.

등장 인물 1 : (반박한다) 그런 소리하지 마시오, 우렁 각시. 우리가 참된 주인을 위해 일한다 한들 결국 추수 때가 되면 모든 것은 모리배 차지가 되어 버리고 말 것 아니오?

우렁 각시 : 먼저 우리 아버지의 의를 구하세요.

등장 인물들 : 의를 구하다니?

우렁 각시 :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는가요?

등장 인물들 : 그야 아니지. (웃는다)

우렁 각시 : 마찬 가지예요. 우리 아버지의 의로움은 악한 자 때문에 방해받지 않아요. 그러므로 아버지의 으를 구하는 사람들은 옹졸해선 안돼요. 비겁해도 안돼요. 크고 대담하며, 드넓은 도량을 갖고 불끈 불끈 힘을 내세요.

등장 인물 2 : 우렁 각시 당신은 놀라운 말을 하고 있소. 그러나 당신은 세상이 무엇인지 모르는군. 세상이란 당신이 말하는 그런 천진 난만한 곳이 아니오.

등장 인물 3 : 그렇소. 외로움은 언제나 지고 악은 언제나 이기는 세상이오. 차라리 이런 세상 모리배가 되어 사는 쪽이 더 좋은 방법 아니겠소?

우렁 각시 : 내가 진정으로 말하겠어요. 나무가 좋거든 그 열매도 좋다 하고 나무가 나쁘거든 그 열매도 나쁘다 하세요. 가시나무에서 포도를 딸수가 있는가요? 이와 같이 나쁜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으니 그러므로 그것을 심은 주인의 손에 찍혀져서 불에 태워 질 거예요. 여러분은 세상의 잘못을 부러워 마세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감춘 것이 드러나지 않을 수 없고 숨긴 것이 알려지지 않을 것 없어요.

등장 인물 4 : 그렇다면 우렁 각시, 우리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겠소?

우렁 각시 : 사람의 기준으로 세상을 살지 말아요. 우리의 아버지께서 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사람의 잘못으로 비뚤어진 세상을 바로 잡을 새로운 세상이 있어요. 그리고 이 세상에서 겸손했던 자들은 그 세상에서 위대해지고, 이 세상에서 으스대던 자들은 그 세상에서 비천해요. 그러므로 여러분 힘을 내시고 참된 주인의 세상을 위해 씨를 뿌리세요. 어떤 사람은 그 씨를 길가에 뿌리겠고, 또 어떤 사람은 돌밭에다 뿌리겠으며, 또 어떤 사람은 가시덤불에 뿌릴 사람도 있겠으나, 여러분은 좋은 땅 아버지의 땅에 그 씨를 뿌리세요. 길가의 씨는 새들이 쪼아 먹으며, 돌밭의 씨는 그 싹이 시들어 버리며 가시덤불의 씨는 자라지 못하나, 오직 좋은 땅에 뿌린 씨는 풍성한 열매를 맺으리니, 그러므로 여러분은 아버지 땅의 일꾼이 되어 불끈불끈 힘을 내세요.  (우렁 각시 긴 방아타령의 선창을 부른다)

우렁 각시 : "태고라 신능 씨는, 천하지 대본은 농사로다

등장인물들 : (후렴을 부른다)  에헤야 --- 아  흥어어히 잇헤에   양해흥아 어---어어"    (모든 등장인물들 잣방아타령에 맞추어 다시 기운을 내어일한다)  
"아아 아아
아아 아아
여보소 농부들 말 듣소
아아 아아
잦은 방아타령이 나왔으니
아아 아아
호멩이 자루를 움켜 잡고
아아 아아
와락 와락 매어주소
아아 아아
김제 만경 넓은 들판에
아아 아아
꽝아리 쌈으로 하여 주소
아아 아아
하 때가 오뉴월이라
아아 아아
우리 농군 시절일세
아아 아아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아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넷째 마당
(모든 등장 인물들, 놀이판에 둘러 앉고 모갑이만 한 가운데로 나온다)

모갑이 : 하나님 보시기에 잘하는 사람들은 잘하게 놔두고, 어디 못하는 사람 꼴이나 봅시다. 아, 내가 한양땅 천리 길을 흐느적 흐느적 열 사흘 낮밤을 꼬박 걸려 당도하고 보니 -- 장안에 우굴우굴한 것이 이놈도 모리배 같고 저놈도 모리배 같아 누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구나. 목을 놓아 불러 보는데 -- (목청을 길게 뽑아) 모리배 양반아, 어디 있느냐?

마당쇠 : (놀이판으로 쪼르르 달려 나오며) 우리 주인 불렀소? <p>모갑이 : 너의 주인인가 모리배인가 어디있느냐?

마당쇠 : 우리 주인인지 개코인지 원체 거만스런 놈이라 한 번 불러 가지고서는 안될 터이니 서너번 더 불러 보는 것이 어떻소?

모갑이 : 다시불러? 한 번 부른 것도 비위를 거슬러 놨을 터인데 다시 불렀다가 욕이나 바가지로 듣게? 그러나저러나 그 욕 혼자서는 감당 할 수 없으니 내가 적당하게 욕분배를 함세. 모리배란 놈 욕이 만일 한 가마쯤 되면은, 우리 교회 청년회가 닷 말을 먹고, 여 신도회와 장년회가 두 말씩 나눠 먹고, 목사님에게는 한 말을 먹이면 안 되겠나?

마당쇠 : 그럼 당신은 한 되도 안 쳐먹겠다는 말이오?

모갑이 : 그러세. 내가 그 욕 다 먹기로 하고, 어디 한 번 불러보세. 어어어-- 모리배 양반아-- (불러 놓고서 달아나 버린다) 이크, 모리배가 벌떼마냥 몰려온다. 걸음아 날 살려라!  (모리배 삼형제가 놀이판으로 나온다)

모리배 : 이놈 마당쇠야, 누가 내 소중하고 소중한 존함을 불렀는가 본래, 너 혹시 못 들었느냐?

마당쇠 : 듣기는 들었는데 존함이 아니라 똥강아지 부르는 위리워리 소린 들었소.

모리배 : 그러면 그렇지. 감히 누가 함부로 부르겠느냐. 여기 게신 이 모리배 삼형제로 말 할 것 같으면 훌륭하고 깨끗하며 물찬 제비 같도다. 앉으면 작약하고 서면 독단이라. 옥안을 상대하면 어운간지 명월이요, 단옥을 상대하면 악영둥지 연화로다. 모질기는 콩싸레기요, 독하기는 보리싸레기 같은지라. (손을 번쩍 들고) 이 사람을 국회로 보내주시라.

큰 모리배 : 아니다, 아냐. 나를 보내 주시라.

작은 모리배 : 그도저도 아니다. 나를 보내 주시라.

마당쇠 : (뒤로 헛발질을 하며) 워리워리. 저리 비켜라.

모리배 : 이놈 마당쇠야, 올 봄에 사둔 그 땅, 요새는 얼마나 올랐는지 너 가서 보고 오너라.

마당쇠 : 어어어--- (놀이판 한바퀴 돌고 와서) 다녀왔소.

모리배 : 그래 얼마큼이나 올랐더냐?

마당쇠 : 목구멍까지 꽉 차게 올랐다 하오.

모리배 : 겨우 고것밖에 안 올랐단 말이냐? 꼭 금배지 달고 이 진상을 규명해야겠다. (관객들에게) 이 사람을 국회로 보내 주시라. 법이란 법은 물 샐 틈 없이 만들어서 나 같은 억울한 사람 보호하는 것이 법이지.

작은 모리배 : 아니 모리배 형님, 가지지 못한 사람들 보호하는 것이 법이지, 형님 마냥 이것 저것 긁어가진 자를 또 뭣 떄문에 법을 만들어 보호한단 말이오?

모리배 : 이놈 모리배 아우야, 네가 이른바 지성인으로서 언문에다 한문 섞어 통달하고 영어 불어에다 독일어 섞어 통달하여 박사까지 땄다는 놈이 이렇게 무식해서야 쓰겠느냐? 잘 들어 보아라. 원래 갖지 못한 놈들이 가진 것이 없는데, 없는 것을 어떻게 보호한단 말이냐?

작은 모리배 : 아전 인수가 과연 청산 유수요.

모리배 : 그러므로 나처럼 잔뜩 가진 것이 있어야 보호 받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 그래서 법도 많이 생기고, 감옥소도 많이 생기는 것이다.

작은 모리배 : 법 많이 생기고 감옥소 많이 생길수록 그게 나쁜 세상이오.

모리배 : 법 많고 감옥소 많은 것이야 상관 없다. 너처럼 주둥아리 살아서 까부는 놈 많을수록 그게 나쁜 세상이다.

큰 모리배 : 이놈 모리배들아. 맏형님 모리배 앞에서 방자하게 떠들지 말어라. 우리가 서로싸울 것이 없지 않느냐? 모리배끼리 사이 좋게 이 세상을 세 토막으로 나누어 하나씩 갖기로 하자. (모리배에게) 너는 권력에다 부동산 투기까지 겸하여 차지하고, (작은 모리배에게) 너는 지성에다 말 많은 것 겸하여 차지하고, 나는 종교에다 영혼까지 차지 하면 될 것 아니겠느냐?

모리배 : 아니다, 아냐, 모두 내가 할란다.

작은 모리배 : 그도저도 아니다. 모두 내가 할란다.

마당쇠 : 워리워리 저리 비켜라.

큰 모리배 : 이놈 모리배들아. 냉수물에도 위 아래가 있고, 도토리에도 높낮이가 있는 것이거늘 하물며 우리들 모리배일망정 어찌 장유유서가 없단 말이냐? 그러하니 큰 땅덩어리는 이 맏형이 갖기로 하고, 너희는 나머지를 사이좋게 나눠 가져라.

작은 모리배 : 제일 좋은 건 맏형님 모리배가 차지해 버리고, 쓰레기 같은건 우리더러 나눠 가지라니 억울하고 억울하오.

마당쇠 : (한숨을 푹 쉬며 처량하게) 오늘밤 저 보름달이 참 밝기도 밝소.

모리배 : 내 눈에는 저 둥근달이 꼭 돈으로만 보인다. 그러나저러나 땅 사서 손해만 봤으니 이것을 어디에서 보충해야 좋단 말이냐? 옳거니 이 놈 마당쇠야, 너 시골 좀 다녀오너라.

마당쇠 : 시골엔 왜 또 다녀오라 하시오.

모리배 : 내 땅 부여먹고 있는 놈들 내 농사를 얼마나 잘 지었는지 궁금해서 그런다.

마당쇠 : 시골엔 왜 또 다녀오라 하시오.

모리배 : 내 땅 부여먹고 있는 놈들, 내 농사를 얼마나 잘 지었는지 궁금해서 그런다.

마당쇠 : 어어어-- ( 놀이판을 한 바퀴 돌고 와서)다녀왔소.

모리배 : 거 빨라서 좋다. 그래 내 농사를 어떻게 지어 놨더냐?

마당쇠 : 올해 같은 가문해에 잠 못자고 물 퍼놓고, 올해 같은 홍수 해에 지켜 섰다 물 퍼내고, 논농사 밭농사 잘 지어놨다 하오.

모리배들 : 그놈들 참 잘하였구나.

모리배 : 이놈 마당쇠야. 내 벤츠 자가용에 휘발유 먹여 놓아라.

마당쇠 : 도살장에 끌려온 소 물먹이듯 먹여 놨소.

모리배 : 그럼 가자.

큰 모리배 : 잠깐만, 그 얼굴을 하고서 그냥 가려구 그러느냐?

모리배 : 이 얼굴이 어때서 그러오.

큰 모리배 : 가서는 못된 짓거리, 아니 잘도니 짓거리만 골라서 할 너인데 어째 그런 사람 얼굴을 하고 갈테냐?

작은 모리배 : 여기있소. (귀신인지 짐승인지 모를 괴상 망측한 탈을 모리배에게 씌워주며) 됐소. 이젠 분명히 사람 종류는 아니고 귀신이나 짐생인줄 알 터이니 변소 타고 어서 떠나시오.

모리배 : 어라챠. 이거 좋다.


다섯째 마당 (모든 등장 인물들, 등짐노래를 하며 나온다)

등장 인물들 : "어허-- 허어어 허어에야, 어허허-- 어허허 에야

선창 : 하늘 같은 허리에다 태산 같은 짐을 지고 이 고개를 어이 넘을까

후창 : (후렴) 어허-- 허어어-- 허어에야, 아허허-- 어허히 에야

선창 : 십오야 밝은 달은 십이제복을 들렀마는 우리 눈은 그리운 님을 못보는

후창 : (후렴) 어허-- 허어어-- 허어에야, 아허허-- 어허히 에야

선창 : 일흔 일곱 살 먹은 늙은이가 일흔 일곱 잔을 먹고 일흔 일곱을 짐을 지고 일흔 일곱 잔등을 넘어가는 구나.

후창 : (후렴) 어허-- 허어어-- 허어에야, 아허허-- 어허히 에야  (우렁 각시 나온다)

우렁 각시 : 여러분, 제 말을 들어 보세요.

모갑이 : 우렁 각시가 할 말 있다네. 우리 모두 들어 보세.

우렁 각시 : 어떤 논의 주인이 자기 논에 좋은 볍씨를 뿌렸어요. 그러나 주인이 밤새 잠자는 동안에 -- 누가 주인 역을 해보겠어요?

등장 인물 1 : 내가 하지요. (잠자는 시늉을 해보이고 나서) 난 주인이오.

우렁 각시 : 그의 원수가 와서 그 논에다 나쁜 씨를 뿌리고 갔어요. 벼의 싹이 나고 알이 찰 때 피도 보이니, 그 주인의 종들이 주인을 찾아왔어요.

등장 인물 2 : 우리가 종을 하지요.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주인에게) 주인님, 논에 뿌린게 좋은 볍씨가 아니었소이까? 그런데 피가 어디서 생겼을까요?

등장인물 1 : 원수가 그랬구나  

등장 인물 2,3 : 그러면 우리가 그것을 뽑아 버릴까요?

우렁 각시 : (등장 인물 1 의 귀에 무엇인가를 알려준다)

등장 인물 1 : 가만 두어라. 피를 뽑다가 벼까지 뽑으면 어떻게 하겠느냐? 둘다 추수 때까지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추수 때에 먼저 피를 뽑아 단으로 묶어 불태워 버리고 벼는 곳간에 거둬 들이자.

우렁 각시 : 여러분, 그러므로 나쁜씨에 대해서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것이 함께 자란다고 해서 상심하면 안 돼요. 힘을 내요.

등장 인물들 : (좋아서 박수를 치며) 힘 내겠소, 불끈불끈. 우렁 각시, 하나 더 말해 주시오.

우렁 각시 : 어떤 사람에게 두 아들이 있었어요.

등장 인물 3, 4 : (앞으로 나서며) 우린 형제 지간이오.

우렁 각시 : 아버지가 맏아들에게 말했어요. " 아들아, 오늘 밭에 가서 일하거라"

등장 인물 3 : (공손하게) 네, 가겠습니다. (돌아서며) 그러나 난 대답만 그렇게 하고서 정작 가지를 않았어요.

우렁 각시 : 아버진 둘째 아들에게 말했어요. " 아들아, 밭에 가서 일하거라"

등장 인물 4 : (반항적으로) " 싫어요, 난 가지 않을테요." (일하는 동작으로) 하지만 나는 뉘우치고 밭에 가서 일했어요.

우렁 각시 : 여러분, 이 둘 가운데 누가 아버지 뜻대로 행한 아들일까요?

등장 인물들 : 둘째 아들이오.

우렁 각시 : 여러분에게 전적으로 말하겠어요. 아버지의 앞에서 입으로만 네네, 하는 위선자들은 화가 있어요. 그들은 접시의 겉만을 깨끗이 하고 그 안은 거짓과 탐욕으로 더러워진 채 놔두는 것 같아요. 그러므로 여러분은 먼저 그 안을 깨끗이 하세요. 그리하면 겉도 깨끗해지지 않겠어요?

등장 인물들 : 그것 참 재미있네! 우렁 각시 또 다른 이야길 해주시오.

우렁 각시 : 한 논의 주인이 있었어요. 농사철이 되어 일손이 모자라서 그 주인은 삯꾼을 구하려고 새벽 일찍이 거리로 나갔어요. "누가 내 논에서 일하지 않겠어요?"

등장 인물 1부 : 우리가 하지요. 품 삯은 얼마 주시겠소?

우렁 각시 : 점심밥에, 막걸리에, 그리고 하루치 품삯을 드리죠.

등장 인물 1부 : (일하는 동작을 한다. 노래를 곁들여도 좋다)

우렁 각시 : 아침아홉시쯤 또 거리에 나와서 삯꾼들을 구했어요.

등장 인물 2부 : 우리를 쓰시오.

우렁 각시 : 내 논에 가서 일하시오. (사이) 낮 열 두시에 다시 나가서 그렇게 하고 또 오후 세 시쯤에도 그렇게 했어요. 저녁 다섯 시쯤 또 나가보니 아직도 서성거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왜 당신들은 온종일 이렇게 서성거리고만 있나요?

등장 인물 3부 : 아무도 우리를 써 주지 않아서 이러고 있는 거라오.

우렁 각시 : 내 논에 가서 일하세요. (사이) 낮 열 두시에 다시 나가서 그렇게 하고 또 오후 세 시쯤에도 그렇게 했어요. 저녁 다섯 시쯤 또 나가보니 아직도 서성거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왜 당신들은 온종일 이렇게 서성거리고만 있나요?

등장 인물 3부 : 아무도 우리를 써주지 않아서 이러고 있는 거라오.

우렁 각시 : 내 논에 가서 일하세요. (사이) 날이 저물자 주인은 모든 일꾼들을 다 불러 모았어요.

등장 인물들 : 자, 품삯을 주시오.

우렁 각시 : 주인은 모든 일꾼들에게 똑같이 하루치 품삯을 주었어요.

등장 인물 1부 : (불평을 하며) 아니, 이거 너무 불공평하지 않소?

등장 인물 2부 : 그래, 공평하지가 못해.

우렁 각시 : 왜 그러시죠?

등장 인물 1부 : 우리는 하루 온종일 찌는 더위 속에서 일을 했소.

등장 인물 : 우리는 낮부터. 그런데 저 마지막에 온 일꾼들은 겨우 한 시간밖에 일하지 않았소.

등장 인물 1부, 2부 : 저들을 우리와 똑같은 대우를 해준다니 말이나 되오?

우렁 각시 : 주인은 이렇게 대답했어요. " 당신들에게 준 만큼 마지막에 온 일꾼들에게도 똑같이 삯을 치루는 것이 내뜻이오" 여러분 진정으로 말하겠어요. 이와같이 아버지의 품삯은 공평하며 나중 된 자가 먼저 되오.

등장 인물 3부 : 옳소, 우렁 각시. ( 박수치며 기뻐한다)

등장 인물들 : 우렁 각시, 당신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우리 마음이 후련해지고 기뻐서 불끈불근 힘이 나오.

등장 인물 5 : (총각의 어깨를 툭 치며) 저런 각시를 만났으니 자넨 정말 복이 터진 사람일세.

총각 : (싱글벙글해지며) 나 혼자 복인가, 우리 모두 복일세.

우렁 각시 : 여러분에게 진정으로 말하겠어요. 저 들에 핀 백합 꽃을 보세요. 실도 짓지 않고 베도 짜지 않으나, 온갖 영화를 다 누렸던 임금님도 저 꽃 하나만큼 아름답지 못하였어요. 오늘 피었다가 내일 시들 풀도 아버지께서 그렇게 입히시는데 하물며 우리야 더 잘 보살피지 않겠어요? 그리고 저 하늘을 나는 새들을 보세요.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았는데, 아버지께서 잘 보살피지 않겠어요? 그러므로 힘을 내세요.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먹을까, 오직 그것에만 매달리고 염려하지 말아요. 옷보다 몸이 더 중하고, 음식보다 생명이 더 중한데 먼저 아버지의 생명을 구하세요. 그리고 아버지께선 그 생명을 나눠주시는 걸 즐거워하세요. 여러분, 모두 아버지의 일꾼이 되어 힘을 내세요.  

(가랫 장구소리, 우렁각시 선창하고 등장인물 '에야' 후창한다)

우렁 각시 : "올라간다

등장인물들 :
에야
잘한다
에야
불끈불끈
에야
댕겨 주소
에야
얼시구
에야
절시구
에야
잘도 한다
에야
너 잘하고
에야
나 잘한다
에야
하나님 잘하고
에야
사람들 잘한다
에야
불끈불끈
에야
댕겨 주소
에야"


여섯째 마당 (등장 인물들의 노래가 끝나갈 무렵, 네 발로 기어 다니는 물체가 나타난다)

모리배 : 왔구나 왔어. 너희놈들 기다리던 내가 왔다.

등장 인물들 : 이것이 무어냐?

마당쇠 : 난 차마 말 못하겠소. 직접 대고 물어 보시오.

등장 인물 : 네가 무엇이냐?

모리배 : 내가 모리배다.

등장 인물들 : 네가 어디서 왔느냐?

모리배 : 내가 하늘에서 죄를 지어 인간 세계에 내려 왔다.

등장 인물들 : 네가 무엇을 하는 인물이냐?

모리배 : 내가 날물에다 말 잡아 먹고 들물에도 소 잡아먹고, 못 먹는 것이 없이 다 잡아 먹는다.   (등장인물들, 깜짝 놀라 벌벌 떤다. 총각이 나서서 모리배에게 말한다)

총각 : 네가 분명히 대한민국 출생임에는 틀림없으렷다. 그러면 내 말을 듣거라. 우리네 한 민족이 이리 걸어도 사돈의 팔촌, 저리 걸어도 사돈의 팔촌인데, 너 같은 염치 없는 놈이기로서니 어찌 같은 핏줄을 잡아 먹겠다고 그러느냐?

모리배 : 같은 핏줄은 더 맛있어서 잘 잡아 먹는다.

남자들 : 우리가 쇠뭉치다.

모리배 : 쇠뭉치는 쫀득쫀득 더 잘 잡아 먹는다.

여자들 : 우리가 그림자다.

모리배 : 그림자는 거침없이 후후 들이 마신다

모갑이 : 그럼 네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이냐?

모리배 : 하나님 말씀이 제일 무서워서 그게 호령하면 난 물러가겠다.

모갑이 : 옳지, 그렇다면 너 우렁 각시 호령을 들어 보거라  (등장 인물들 우렁 각시를 내세운다)

우렁 각시 : 네가 어찌하여 헛된 일을 꾸미느냐? 네가 죄악의 탈을 쓰고 교만한 입을 벌리고 있으니, 아버지께서 너를 쳐서 질그릇같이 부숴 버릴 것 아니겠느냐? 네가 어느 때까지 우리 아버지의 대적하는 원수로 버틸 것이냐? 보거라, 우리가 무엇을 두려워하겠느냐? 듣거라, 네가 날뛰는 것이 아버지의 분노를 샀고 네가 우리의 살을 뜯어 먹으려고 덤비는 것이 아버지의 정죄를 받았느니라. 깨닫거라. 악은 악으로 멸망할지니 어서 너의 벌린 입을 닫아 그 사악한 이빨을 거두고 슬프게 부르짖어 너의 잘못을 뉘우치거라.

모리배 : (모골이 송연해지며) 네가 어찌하여 이다지도 담대하게 말하느냐?

우렁 각시 : 보거라, 우리와 함께 사시는 아버지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이니라. 우리가 아버지에게 불리어진 일꾼이니, 우리가 논에 있거나 밭에 있거나 골짜기에 있거나 보살피지 아니하시겠느냐?

모리배 :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이크, 안 되겠구나.

등장 인물들 : 이놈아, 맛이 어떠냐? 썩 물러가거라.

모리배 : (우렁 각시에게) 대관절 네가 누구냐?

우렁 각시 : 나는 우렁 각시이다.

모리배 : 오냐 두고 보거라. 내가 너부터 잡아 먹어 버려야지 놔두었다가는 큰 탈이 나겠구나.

마당쇠 : 큰 탈이고 작은 탈이고 창피해서 더 못 있겠소. (마당쇠, 모리배의 고삐를 잡고 물러선다. 등장 인물들 신이 나서 '벼베는 산야' 노래를 부른다)

등장 인물들 :
" 검었구나 검었구나
남산 모퉁이 청치마 자락이 검고도 거었고
헤에헤에 두루미야
서리 호박 국 끓이고 일년 주 빚어서
술 내오는구나
헤에헹 두루미야
막걸어 당겨라 막 슬어 잡아라
삼사십이 열 두 포기씩 막 걸어 당기어라
헤에헤에 두루미야"


일곱째 마당  
(총각, 우렁 각시, 얄미댁, 놀이판으로 나온다)

총각 : 몸덩이는 집채만 하고 머리는 물레덩이만 하고 눈알은 사기 요강만 한놈이 잡아 먹을 듯이 덤벼들다가 멀쑥해져서 잠시 물러가긴 하였으나 분명 다시 또 나타날 거요. (우렁 각시에게) 더구나 당신더러 두고 봐라 이빨을 갈고 있으니, 오늘은 집에 들어 앉아 꼼짝도 하지 말고 있소.

얄미댁 : 애야, 거 무슨 섭섭한 소리냐. 나처럼 늙은 것도 돌아다니는데 시퍼렇게 젊은 몸을 꼼짝도 말라니. 그러면 너는 논으로 일나가고, 점심때 되어 밥 갖다 줘야 할 터인데, 그건 누구더러 하라는 거냐?

총각 : 어머니가 오늘은 해주시오.

우렁 각시 : 제가 합지요.

얄미댁 : 아이구, 남 들을라. 시어머니 고약해서 며느리만 콱콱 부려 먹으려구 그러는줄 알겠구나. 다들 그만 둬라. 이 에미가 손수 밥짓고 반찬하여 내다 주마.

총각 : 고맙기도 하시오. 어머니.

얄미댁 : 뭘 꾸물거리느냐. (총각의 등을 밀며) 넌 어서 일어나구 (반대 방향으로 우렁 각시를 밀며) 넌 어서 방구석에 쳐박혀라. (하늘을 쳐다본다) 그러나저러나 저놈의 해가 제자리에 딱 붙어 좀 있을 것이지 촐랑맞게 굴러다니느냐. 벌써 해가 중천에 와버렸구나. 얼렁뚱땅 밥을 짓고 어물쩍저물쩍 반찬 만들어서-- 자, 됐다. 광주리에 담아 머리에 이고서 동구 밖 논으로 나가는데. (딱 멈춰선다)

모갑이 : (북을 탁 치며) 왜 안 가고 있나?

얄미댁 : 솥 안에 눌어 붙은 누룽지 생각이 나서 그러네. 내가 나가고 나면 저 며느리가 누룽지를 다 긁어 버릴텐데. 이걸 어쩌나? (머리에 이었던 밥 광주리를 내려 놓고 갑자기 배앓이 시늉을 하다) 아이구, 배야. 아이구 배야-- 며늘아, 이 시에미 배아파서 꼼짝도 못하겠다.

우렁 각시 : 어머니--

얄미댁 : 이 에미는 배 아파서 못 가겠으니, 네 서방 밥은 네가 갖다 주어라.

모갑이 : (북을 탁 치며) 우렁 각시 가지 마오. 갔다가는 큰일 나오.

얄미댁 : 너 이 밥 주걱으로 뺨맞아야 가겠느냐?

우렁 각시 : 그럼 어머니, 다녀 오겠어요.

얄미댁 : 오냐, 오냐! 갔구나. 자 밥솥을 이렇게 끌어 안고서 누룽지를 긁어 먹는데 졸깃졸깃하고 고소한 맛이 하나 먹다가 둘이 죽어도 모르겠구나. (관객들에게) 당신네들이 나눠 먹자 하기 전에 나 이 밥솥 들고 벽장 속으로 들어가서 혼자 먹을라요.  (얄미댁 밥솥을 끌어안고 퇴장. 놀이판에 밥 광주리를 머리에 인 우렁 각시가 걸어간다. 모리배가 나와서 잡아 먹을 듯이 덤벼든다. 모든 등장 인물들이 줄을 지어 나오더니 우렁 각시를 맨 뒤로 감춘다. 이 줄의 맨 앞에는 모갑이가 있다. 모리배는 우렁 각시를 빼앗으려 달려든다. 모갑이는 두 팔을 벌려 잡으러 들어오는 것을 막고, 뒤따르는 사람들은 이리뛰고 저리 뛰고 해서 우렁 각시를 잡히지 않게 한다)

모갑이 : 어떤 놈이오?

모리배 : 그제 왔던 그놈이오.

모갑이 : 무엇하러 왔나?

모리배 : 우렁 각시 잡으러 왔네.

사람들 : 우렁 각시는 이제야 방문 앞을 나섰소. (이 대사는 점차로 속도가 빨라진다. 모리배, 포기하지 않고 다시 덤벼든다)

모갑이 : 어떤 놈이오?

모리배 : 그제 왔던 그놈일세.

모갑이 : 무엇하러 왔나?

모리배 : 우렁 각시 잡으러 왔네.

사람들 : 우렁 각시 이제야 대문 밖을 나섰소.  (반복)

모갑이 : 어떤 놈이오?

모리배 : 그제 왔던 그놈이오.

모갑이 : 무엇하러 왔나?

모리배 : 우렁 각시 잡으러 왔네.

사람들 : 우렁 각시 이제야 동구 밖을 나섰소. (반복, 모리배는 끈질기게 덤벼든다)

모갑이 : 어떤 놈이오?

모리배 : 그제 왔던 그놈이오.

모갑이 : 무엇하러 왔나?

모리배 : 우렁 각시 잡으러 왔네.

사람들 : 우렁 각시 이제는 논두렁에 숨어 버리고 없네.

모리배 : 논두렁인지 밭두렁인지 꼭꼭 숨어봐야 네 손바닥 같은 내 땅에 든 것이다. 너희는 잔말 말거라.  (모리배, 강제로 우렁 각시를 잡아 끌어낸다)

모리배 : 이놈 마당쇠야, 어디 있느냐?

마당쇠 : 마당쇠놈 가고 없소.

모리배 : 냉큼 벤츠 자가용에 우렁 가시를 태우거라.

마당쇠 : 태워 가지고 어디로 간다는 거요?

모리배 : 내 것 내 맘대로 하는데 꼬치꼬치 묻지를 말거라. 자, 어서 떠나기나 해라.


여덟째 마당 (등장 인물들, 만물 산야 노래를 구슬프게 부른다)

등장 인물들 : "영감아, 영감아, 아아아 어디를 갔나. 영감아 아아-- 지리산 까마귀 깃발에 물어다 놓듯이 데려다 놓고 쓸쓸한 빈 방 안에 독수 공방 어찌 살으라고 나 홀로 두고 어디를 갔나, 영감아--

후렴 :
오호오-- 오호-- 응하고  
여보게 마누라 여보소 마누라,
아아아 어디를 갔나 마누라아--
일 년 삼백 육십 오일 하루만 못 보아도 못 사는 마누라
북망 산천이 어디라고 정은 두고 몸만 가리 정도마저 가져가소
어디를 갔나 마누라

후렴 : 오호오-- 오호-- 응하고"  (총각이 나온다. 그는 사방을 둘러보며 애타게 우렁 각시를 부른다)

총각 : 우렁 각시-- 우렁 각시-- (우렁 각시의 대답이 없다. 그는 얄미댁을 발견한다)

총각 : 어머니, 우렁 각시 못 보셨소?

얄미댁 : 누룽지를 긁어 먹느라고 우렁이는 커녕 강아지 한 마리 못보았다.

총각 : 우렁 각시 보이지 않으니 웬일이오?

얄미댁 : 내가 갑자기 복통이 나서 며느리를 대신 시켰더니, 아직까지 고것이 너한테 밥 안거져다 주었단 말이냐?

총각 : (주저 앉아 통곡을 하며) 아이구, 어머니 나 죽소--

얄미댁 : 이놈아, 늙은 에미 앞에서 먼저죽는다니, 그런 불효가 또 어디 있느냐?

총각 : 우렁 각시 없이는 나 죽소.

얄미댁 : 지지리도 못난 놈이구나. 에미 믿고 살아야지, 마누라 믿고 사는 놈은 병신이다.

총각 : 우렁각시-- 우렁 각시-- 나 죽소-- (총각, 뒤로 벌렁 넘어지더니 아무소리 없다)

얄미댁 : 내가 내 뱃속으로 낳았지만 이런 못난 놈 처음 봤네. 그래 계집 없다구 당장 숨 넘어가다니-- 여보, 의원-- 의원은 어디있소?

모갑이 : 내가 의원이오. (맥을 짚어 진찰을 한다) 혼비백산에 애절 복통이 겹쳤으니 병명은 급사병인지라 아주 급히도 죽어 버렸소.

얄미댁 : (눈이 휘둥그래지며) 정말 죽어 버렸소? (총각을 잡고 통곡을 한다) 이놈아, 너만 믿고 살던 이 에미다. 정말 며느리가 미워서 구박하였겠느냐? 사랑이 깊으면 미움이 된다고 너무 사랑스럽게 보다가 그리 된 것이다. 이 못난 놈아-- 나는 어찌 살라고 너 먼저 죽는단 말이냐.

모갑이 : 죽어도 곱게 죽지를 못하였소. (뻐꾸기 울음소리를 흉내내며) 쑥국쑥국 기집 죽고 쑥국, 자식 죽고 쑥국 쑥쑥국, 하도 원통하여 몸은 이렇게 남겨두고 혼백은 뻐꾸기 되어 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니며 우렁 각시를 찾고 있으니, 잡아서 데려오면 이 몸도 다시 살겠거니와 영 못찾아오면 그저 양지 바른 언덕에다 서신이나 잘 묻어 주시오.

등장 인물들 : 혼백은 뻐꾸기가 되었다네.

모갑이 : (관객들에게) 이리하여 총각 혼백은 뻐꾸기가 되어 우렁 각시 찾아 천지 사방을 울며 헤매 다니고 날개 없는 몸둥이는 집구석에 남겨 두었으니, 혹시나 우렁 각시 찾아 데려오면 다시 살아난다 해서 꼭 평소 마냥 산 것처럼 대우를 하였겠다. 조석으로 밥 차려주고 세수시키고 옷갈아 입히고, 똥 오줌 까지 가려내 주었겠다. - 헌데 이놈봐라. 보리밥 먹이면 시금털털 방귀뀌고, 쌀밥 먹이면 달작지근 방귀뀌고, 된장에다 소금 풀어 끓여 주면 입맛 없다 투정하고, 중국집에서 탕수육에 팔보채 시켜주면 넙죽넙죽 받아 먹으니 아, 이것이 산 것이냐, 죽은 것이냐--

관객 : 뭘 그러나? 요새 세상 사람들을 보게. 살아 있어도 제대로 산 놈 없고, 죽어 있어도 제대로 죽었다 하는 놈이 없으니 굳이 따지지 말고 두리뭉실로 해두세.

모갑이 : 하긴 그러네. 어제도 그런 놈 봤고 오늘도 그런 놈 봤네. 생긴 모양들은 번듯번듯하고 빤질빤질한게 꼭 죽은 송장들 마냥 맥도 뛰지 않고 기백도 없네.

총각 : 쑥국쑥국 기집 죽고 쑥국 자식 죽고 쑥국 쑥쑥국

모갑이 : 이놈 뻐꾸기 울지 마라. 요새 시절이 원통해서 그러느냐. 모두 죽은 몸들 나둥그려 놓고 넋들은 빠져서 허공을 헤매는 꼴인지라. 저놈 뻐꾸기가 밤늦도록 서럽게 울어대며 애꿎은 간장만 녹이는구나. 안 되겠다. 더 이상 그대로 놔 둘 수가 없으니, 동네 사람들아, 모두들 모이시오.

등장 인물들 : (놀이판으로 나오며) 다 모였네.

모갑이 : 우리 다 모였으면 지성껏 간구해야겠소. (기도한다) 하나님 아버지. 어디에선가 슬프디슬픈 뻐꾸기가 울고 있나이다. 산 것인지 죽은 것인지 모를 혼백이 허공을 헤매며 우는 것이외다. 그리고 우렁 각시를 빼앗긴 우리 역시 저 헤매이는 새와 다름없는지라, 슬피우는 새는 단 한 마리가 아니오라 수천 수만이나 되오며 민중이 그러하옵니다. 아버지를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어, 죽은 자의 모습에서 산 자의 모습으로 되살려 주옵소서.

등장 인물들 :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어 죽은자의 모습에서 산 자의 모습으로 되살려 주옵소서.

모갑이 : 우리 또한 우렁 각시를 찾아 나서겠나이다. 우리의 연약함 속에서 불끈불끈 힘을 북돋아 주옵소서.

등장 인물들 : 우리의 연약함 속에서 불끈불끈 힘을 북돋아 주옵소서. <p>모갑이 : (기도하기를 마치고, 등장 인물들에게) 자, 그럼 누가 먼저 저 서러운 뻐꾸기를 도와 우렁 각시를 찾으러 가겠소?

등장 인물들 : (이구 동성으로) 내가 가오. 내가 가오.  (그들 가운데서 한 등장 인물이 나온다)

등장 인물 1 : 뻐꾸기 친구는 뭐니뭐니 해도 제비가 아니겠소? (관객들에게) 내가 제비되어 볼터이니 자하거든 잘하였다 칭찬해 주시오. 잘 보시오. 제비가 마당에 쳐 놓은 빨래줄에 앉아서 지저귀는데 바로 이렇게 지저귀거든. (제비 흉내를 내며)  
"비리고 베리고
건넛집 김첨지네 가서
콩 한 쪽 먹었더니
비리고 베리고 빼뜨도옥
뒷집 최서방네 갔더니
부뚜막에 통 한쪽 떨어진 것
시어멈도 안 집어 먹어서
내가 집어 먹었더니
비리고 베리고 빼뜨도옥"

모갑이 : (관객들에게 등장 인물 1을 가리키며) 잘하였소?

관객들 : 잘하였네.  (등장 인물 2가 나온다)

등장 인물 2: 자넨 제비를 하였으니 난 꾀꼬리가 되겠네. (관객들에게) 나도 잘하거든 잘하였다. 박수 좀 쳐 주소.
(꾀꼬리 시늉을 한다)
"담해 밭에 조오도령
머리이 곱게 빗구
나오너라
경상도 박개애여
전라도 감사 딸이여
꾀꼴랭"

관객들 : 잘하였네.  (등장 인물 3이 나온다)

등장 인물 3 : 나는 꿩을 하겠소이다.
"꿩 꿩 장서방 무엇 먹고 사아나?
웃데기 콩 줏어 먹고
아랫데기 풀 줏어 먹고 그럭저럭 사아네
꿩 꿩 장서방 무엇하고 자아나?
무우베고 자아네
무얼 덮고 자아나?
가랑잎 덮고 자아네.
꿩꿩 꿩서방 바우다리 장서방
자네 계집 어디갔나?
이산 저산 다니다가
포수한테 잡혀 갔네"

(등장 인물 4가 나온다)

등장 인물 4 : (관객들에게) 여러분, 내가 무슨 새인지 맞춰 보시오.
"떡해 먹자 부우엉
양식 없다 부우엉
걱정 마라 부우엉
꾸어다 하지 부우엉
언제 갚지 부우엉
가을에 갚지 부우엉"

관객들 : 부엉이다.

등장 인물 4 : 내가 잘 하였소?   관객들 : 잘하였네. (등장 인물 5가 나온다)

등장 인물 5 : 그럼 나는 무슨 새인지 맞춰 보시오.
"우여우여--
웃녁새는 우로가고
아랫녁 새는 아래로 가고
전주 고부 속두새야
두름박 딱딱 우여어어--
웃논에는 차나락 심고
아랫논에는 메나락 심고
우리 오래비 장가갈 때
찰떡 치고 메떡 친다
우여 우여어어--"
(모갑이, 참새 떼를 쫓는 시늉을 하며 "우여어어--" 소리친다)

관객들 : 참새다  

등장 인물 5 : 잘하였나?

관객들 : 잘하였네.  (등장 인물 6이 황새 걸음으로 온다)

등장 인물 6 : " 황새야 덕새야
뉘가버지 죽었단다
고동 껍지 묵 떠들고
어이어이 울어라
황새야 촉새야
너거머니 머리빗다
영초댕기 잃어버렸다고
부지겡이 가지고 온다
훼이 훼이--"

관객들 : 잘하였네.  (등장 인물 7이 나온다)

등장 인물 7 : "기럭아 기럭아
앞에 가는 놈 대장
뒤에가는 놈 도적놈
가운데 가는놈 팥단지
기럭아 기럭아
앞에 놈은 양반
뒤에 놈은 상놈
가운데 놈은 탕"

모갑이 : 이건 쓸 소리니 못하였네.

관객들 : 못하였네. (혹은 "잘하였네") (등장 인물 8이 까치가 되어 나온다)

등장 인물 8 : " 깐치야 깐치야 내 눈에 티 들어갔다  
모지랑 빗자리로 싹싹 씰어내라
낼 모래 미역국에 밥 말아주마"

관객들 : 잘하였네.  (등장 인물 9가 나온다)

등장 인물 9 : "솔갱아 솔갱아 뱅뱅 돌아라
장독 안에 쥐 잡아 놨다 뱅뱅 돌아라 솔갱아 솔갱아 뱅뱅 돌아라"

관객들 : 잘하였네 잘하였다.  

모갑이 : 제비, 꾀꼬리, 꿩, 부엉이, 참새, 황새, 기러기, 까치, 솔개까지 다 나왔으니 이만하면 우렁 각시를 얼른 찾아낼 수 있겠구나. 자아, 모두 훨훨 날아서 모리배란 놈이 지금 어디 있는지 동정을 살펴보세.

등장 인물들 : (각자 새처럼 훨훨 날아가는 동작으로 퇴장)


아홉째 마당  (모리배, 우렁 각시, 놀이판으로 등장한다)

모리배 : 그래 네 까짓게 무어냐? 내가 너를 그만큼 이뻐하고 달래기도 하며 어르기도 하고, 타이르기도 하였으나, 고분고분 내 말을 들어야 할 것이지, 뻣뻣하게 고개를 쳐들고 버티고만 있으니 내 분통이 터질대로 터지는 구나. 보거라, 나처럼 인자하기 이를 데 없는 성인 군자라 할지라도 참는 것에는 한도가 있으렷다. 알겠느냐?

우렁 각시 : (침묵)

모리배 : 답답하구나. 왜 말이 없느냐?

우렁 각시 : (침묵) <p>모리배 : 아이구 분통 터져 죽겠구나. (달래며) 우렁 각시인지 조가비 각시인지 소갈머리가 그리 좁아서야 어디에 쓰겠느냐? 네가 우리하는 일에 협조 내지 묵인을 해주기만 할 것 같으면 너를 우리 땅 소작인 감독으로 임명해서 떵떵거리고 살 수 있게 해주겠다. 이 어찌 고마운 분부가 아니겠느냐?

우렁 각시 : 당신이 주인도 아닌데 어찌 나를 이렇게 저렇게 할 권리가 있다는 거예요?

모리배 : 아이구 혈압이야. (꾸짖으며) 도대체 네가 어쩌자고 이러느냐? 죽고 싶으냐, 살고 싶으냐?

우렁 각시 : (침묵)

모리배 : 너도 분명히 살고는 싶으렷다.

우렁 각시 : (침묵)

모리배 : 말 좀 하거라, 말을!

우렁 각시 : 당신은 이미 들을 말은 다 들었소. 허나 일부러 귀를 틀어 막고 듣지를 않았으니 귀머거리나 다름이 없어요. 또 당신은 이미 볼 것을 다 보았어요. 허나 일부러 눈을 감고서 보지를 않았으니 소경이나 다름없어요. 어찌하여 들어야 할 것을 듣지 않으며 보아야 할 것을 보지 않아요?

모리배 : 내가 무엇을 안 듣고 무엇을 안 보았다는 거냐?

우렁 각시 : 그것 보세요. 당신이 듣지 않았으니 무엇을 들었는지 모르며, 보지를 않았으니 무엇을 보았는지 모르쟎아요. 눈을 뜨세요. 그러면 얼마나 당신이 가엾은 사람인지 아실 거예요. 귀를 여세요. 그러면 당신의 귀에도 저 소리가 들릴 거예요.

총각 : 쑥국쑥국 기집 죽고 쑥국 자식 죽고 쑥국 쑥쑥국

우렁 각시 : 울지 말아요. 내가 오늘 밤 죽기는 죽으나 다시 사니 울지 말아요. 다시 살아 그 울음이 기쁨으로 벼할 거예요. 울지 말아요. 울지 말아요. 울지 말고 불끈불끈 힘내세요.

모리배 : 너 방금 저 날아 다니는 뻐꾸기 보고 무어라 중얼 거렸느냐?

우렁 각시 : 이제 당신도 아셔야 해요. 슬픔이 곧 기쁨이 되요. 진정으로 당신에게 그 기쁨을 나눠 드리고 싶어요. 지금의 당신 모습 너무 가엾어요. 자랑 삼는 그 많은 것들 회칠한 무덤같고, 으스대는 그 숱한 것들 열매 없는 가시나무 같아요.

모리배 : 감히 네가 나를 비웃는 거냐?

우렁 각시 : 화를 내지 말고 힘을 내세요. 불끈불끈 힘을 내서 과감히 당신의 그 회칠한 무덤에서 뛰쳐 나오세요.

모리배 : 도저히 참을 수가 없구나. 모리배 형제들아--

큰 모리배, 작은 모리배 : (등장한다) 여기에 있네.

모리배 : 이 방자한 것을 어찌하면 좋겠소?

큰 모리배 : 너 좋아하는 법률에 비추어서 어떠하냐?

모리배 : 당장 사형감이오. 형님은 어떠하시오.

큰 모리배 : 나 좋아하는 피가름 감람나무 종교로 보아서도 사형감이니라.

모리배 : (작은 모리배에게) 너 좋아하는 정신적 측면으로 봐서는 어떠하냐?

작은 모리배 : 과대 망상에다 정신 착란 같소. 그러하니 사려 뒀다가는 큰 탈 나겠소.

모리배 : 옳거니. 우리가 이렇게 합의를 봤으니 (우렁 각시에게) 너는 다 살았다.

큰 모리배 : 오늘이 네 제삿날이구나.

작은 모리배 : 고초당초 맵다지만 죽는 맛보다야 맵겠느냐.   (모리배 삼형제 검정 보자기로 우렁 각시를 덮어 씌우더니 질질 끌고서 놀이판을 한바퀴돌아 퇴장한다)

총각 : (슬프디 슬프게) 쑥국쑥국 기집죽고 쑥국 자식 죽고 쑥국 쑥쑥국

모리배 : (뻐꾸기 소리에 미치겠다는 듯이 발을 구르며) 이놈, 마당쇠야--

마당쇠 : 날 불렀소?

모리배 : 우렁 각시 없어졌으면 저놈의 뻐꾸기도 사라져야 할 것인지 하늘에서 뱅뱅 돌며 울고 있으니 내가 미치고야 말겠다. 네 당장 내 엽총 좀 가져오너라.

마당쇠 : (엽총을 가져온다) 여기, 엽총 대령이오.

모리배 : 뻐꾸기란 놈 어디 있느냐?

마당쇠 : 저기저기 훨훨 날아다니오.


열째 마당 (등장 인물들, 세떼가 되어 날아온다)

모갑이 : 저기를 보아라. 우리가 훨훨 날아다니며 천지 사방을 찾아 헤맸더니 한양땅에서 저 모리배란 놈이 총을 거머쥐고 뻐꾸기를 쏘아 잡으려 하는구나.

모리배 : 마당쇠야, 뻐꾸기란 놈 어디 있느냐?

마당쇠 : (엉뚱한 곳을 가리키며) 저기 있소.

모리배 : (엉뚱한 곳을 가리키며) 저기 있소.

모리배 : 탕!

마당쇠 : (물건 깨지는 소리낸다) 와장창창 와그르--

모리배 : 이놈아 저거는 천정에 매달았던 일천만 냥 짜리 프랑스제 샹들리에가 아니냐.

마당쇠 : (관객들에게) 나 예전 마당쇠가 아니오. 우렁 각시 죽는걸 보고서 마음 착하게 고쳐 먹었소. (모리배에게 엉뚱한 곳을 가리키며) 저기 뻐꾸기가 있소.

모리배 : 탕! 이놈 마당쇠야, 저거는 내 벤츠 자가용이 아니냐? 꼭 벌집 쑤셔 놓듯이 구멍이 뻥뻥 났구나.

마당쇠 : (사방 팔방을 가리키며) 저기, 뻐꾸기 있소.

모리배 : 탕, 탕, 탕!

마당쇠 : 와장창창 와그르르 와그르르, 모갑이 이때다. 온갖 새들아 날아와서 뻐꾸기는 구하고 모리배는 혼내거라.   (등장 인물들 한꺼번에 덤벼들어 모리배를 쪼아대고 한편으로 뻐꾸기를 구출하여 데려간다)

모리배 : 이게 다 어디서 날아온 새떼들이냐?

마당쇠 : 하나님께서 보내신 새떼인갑소. 모리배 양반, 저기 저 새를 맞춰 보시오.

모리배 : 이놈 새야, 탕!

마당쇠 : 와장창창 와그르르-- 모리배 살림 절딴나네. 저기 저 새를 맞춰 보시오.

모리배 : 이놈 새야, 탕!

마당쇠 : 와장창 와장창, 시원히도 부숴진다. 이번에는 저기 저 새를 맞춰 보시오.

모리배 : 탕, 탕, 탕!

마당쇠 : 와그르르, 와그르르-- 이제 더 부서질 것도 없으니 이 심보 고약스런 모리배 양반들아 잘 있거라, 나는 갈란다.

모리배 : 이놈 마당쇠야 어디를 가느냐?

마당쇠 : 뻐꾸기 따라서 농사지으러 갈란다. (관객들에게) 내가 잘했소? 못했소?

관객들 : 잘하였다.

마당쇠 : 그럼 이 모리배 양반은 잘했소? 못했소?

관객들 : 못했다.

모리배 : 아이구! (사방을 둘러본다) 그러고 보니 내가 쫄딱 망했잖느냐?

마당쇠 : 그러니 우렁 각시가 뭐라고 하였소. 회칠한 무덤 같고 열매 없는 나무 같다 무수히도 타일렀는데 그때는 못 들은 체하더니만 참 꼴 좋게 됐소.

모리배 : (주전 앉아서 대성 통곡한다) 아이고, 우렁 각시-- 아이고, 우렁 각시.

마당쇠 : 이제야 겨우 눈뜨고 볼 줄 아는군. 자, 나는 갈라요.

모리배 : (일어서서 뒤쫓아가며) 마당쇠야, 나랑 같이 가자.  (모든 등장 인물들 '신조의 타작' 노래를 부른다)

모갑이 : (선창한다) "어야하-- 행

등장인물 : (후창한다) 어야하-- 행

모갑이 : 둘러치는 개상질이야

등장 인물 :
어어허아--
나락터리 타작이야
헤에헤에에 헤에에 이히이나헤
어 왔나
왔지--
에야하-- 행
에야하-- 행
둘씩 맞서 잘도 친다.
어어허아--
한 번 치니 나락 닷섬
헤에 헤에에 헤에에 이히이나헤
어 왔나?
왔지--
에야하-- 헹
에야하-- 행
해년 대년 풍년지니
에야하-- 행
개상제도 걸판지다
헤에 헤에에 헤에에 이히이나헤"

총각, 우렁 각시 : (나란히 손을 잡고 관객들에게) 우리 교회 추석 감사 예배에 오신 남녀 노소 여러분네, 구경 잘하고 돌아가셔서 하는 일마다 바르게 잘하시어, 우리 하나님 아버지께로부터 '착하고 신실한 종아, 잘하였다' 칭찬을 들으시고 불끈불끈 힘 내세요.
모든 등장 인물들 : 불끈불근 힘을 내세요.  (모든 등장 인물들 관객들에게 저을 하고서 한껏 신이 나게 '방아찧기' 노래를 부른다)

등장 인물들 :
"아해 방아해
아해 방아해
이 방아가 웬 방아냐
아해 방아해
강태공의 조작이로다
아해 방아해
기산영수 별건고
아해 방아해
효자 부자 놀아 있고
아해 방아해
보은 속리 운장대에
아해 방아해
제주 대왕이 놀아있고
아해 방아해
우리들은 놀 데 없어
아해 방아해
이 방아로 놀아보세
아해 방아해
쿵더쿵쿵더쿵 잘 찧는다
아해 방아해
보기 좋기만 놀아보세
아해 방아해
언제나 이 방아 다찔꼬
아해 방아해
밤맞이를 가 볼까
아해 방아해"

-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