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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극자료실

빵 먹는 아이들[감사절]-김성태

빵 먹는 아이들-김성태 글

등장인물: 할아버지, 아이1,2,3,4

거리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남루한 옷, 흐르는 코를 훔치며 즐겁게 말타기를 하고 있다.  모퉁이 한구석에 키 작은 아이 하나가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부서진 자동차 놀이를 하고 있다.  물끄러미 이 광경을 바라보던 넉넉한 할아버지 한 분이 아이들에게 다가온다.

할아버지: (아이들을 불러모은다) 애들아, 이리들 와보렴.

아이 1 : (말타기를 멈추고) 왜요.  재밌게 노는데.

아이 2 : 할아버지도 말타기 하려고요?

아이들  : (까르르 웃는다)

할아버지: 너희들 배고프지.  할아버지가 맛있는 빵 줄까?

아이 3 : 정말요?  와 신난다. (아이들 할아버지에게로 모인다)

아이 1 : 제일 큰 거로 주세요.

아이 2 : 무슨 빵이에요.

아이 3 : 맛있어요?

할아버지: (큰 바구니를 내밀며) 마음에 드는 것으로 하나씩 골라라.

아이들  : (순간 먼저 좋은 것을 잡으려고 밀치며 다투다 저마다 큰 것을 잡아 인사도 없이 신이 나 먹는다.)

할아버지: (구석에 눈치만 살피며 쭈그리고 있는 아이를 보며) 너는 배 안 고프니?

아이 1 : 쟤는 바보예요.

아이 2 : 우리랑 같이 놀지도 않고 말도 잘 못해요.

아이 3 : 우리가 안 끼워 줬잖아.

아이 1 : (인상을 쓴다) 야! 우리 축구나 하러 가자!

할아버지: 내일 이 시간에 또 오면 맛있는 빵 줄게.

아이들  : 네. (뛰어 나간다)

할아버지: (모퉁이 아이에게로 간다) 너는 배 안 고프니?

아이 4 : (말없이 쳐다본다)

할아버지: (빵 하나를 주며) 자, 이거 먹어라.  너도 배고프면 내일 오너라!

아이 4 : (공손히 빵을 받으며)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아이 4 : (인사를 드리고 빵을 가지고 나간다)

할아버지: (물끄러미 바라본다) 다음 날, 아이들이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다.

아이 2 : 생각만큼 맛이 없어.

아이 3 : 나는 고기 들어 있는 게 좋은데.

아이 1 : 오늘도 제일 큰 것은 내 거야! 알았어!

아이 2 : (마지못해) 알았어, 대장. (모퉁이 아이를 보며) 쟤도 또 왔어.

아이 3 : 빵 먹으러 왔나 봐!

아이 1 : 저리 가! (코를 잡으며) 아~냄새.  옷 좀 빨아 입어라!

아이들  : (낄낄대며 웃는다)

아이 2 : (주변을 살피며) 왜 안 오시지.

아이 3 : 거짓말하신 거 아냐!

아이 1 : 저 바보 때문에 안 오시나 봐! 냄새가 너무 고약하거든.

할아버지: (빵 바구니를 가지고 천천히 들어온다) 미안하구나.  많이 기다렸지?

아이 1 : (투박하게) 안 오시는 줄 알았어요.

아이 2 : 오늘은 무슨 빵이에요?

아이 3 : 고기도 들어 있어요?

할아버지: (모퉁이 아이를 보며) 너도 와서 먹어라!

아이 1 : 쟤는 배부르대요.  어서 주세요. (바구니를 빼앗다시피 한다).

아이들  : (서로 좋은 것을 잡으려 다툰다).

아이 2 : (잽싸게 큰 것을 쥐고)  우와~큰 거다.

아이 1 : (바구니를 뒤지다 큰 것이 없자 아이2에게) 야! 이리 줘.  내가 먼저 찜 한 거야!

아이 2 : 내가 먼저 잡았는데…

아이 1 : (인상을 쓰며) 너어~

아이 2 : (할 수 없이 건네준다)

아이 3 : (빵을 먹다가) 고기가 없잖아. 할아버지 고기 좀 넣어 주세요.

아이 2 : (투덜대며) 큰 것 또 없어요?  크기를 똑같이 만들지.

아이 1 : 내일 또 주세요.   야! 가자!

아이 2 : (바구니에서 빵 하나를 더 잡으며) 하나만 더 주세요.

할아버지: (손을 뿌리치고) 안 돼!  다른 아이도 먹어야지.

아이 2 : 이렇게 많은데 너무 째째해.

아이 3 : 제발 고기 좀 넣어 주세요. (우르르 뛰어나간다)

할아버지: (모퉁이 아이에게로 간다). 자! 너도 하나 집어라!

아이 4 : (공손히 작은 것 하나를 집고 인사한다) 고맙습니다. (나간다)

할아버지: (떨어진 빵 부스러기를 줍는다)

아이 4 : (잘라진 빵을 가지고 들어오면서) 할아버지 빵 안에 돈이 들어 있었어요.   돈을 할아버지께 드린다)

할아버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참으로 넌 마음이 착하구나.  그 돈은 너처럼 감사할  줄 아는 겸손한 사람에게 주려고 일부러 빵 속에 넣어 구운 거란다.    그것은 네 것이니까 걱정말고 가지거라. (빵도 가득 준다)

아이 4 : 고맙습니다. (밝게 뛰어나간다)

할아버지: (물끄러미 아이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