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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극자료실

빛과 어둠-허성수 글 [중고등부 초청주일]

빛과 어둠-성극(중고등부 초청주일 프로그램)
허성수 글

등장인물
그림자: 사람들 뒤를 따라다니며 죽음으로 유혹하는 마귀.
형국: 10대 소년. 어둠의 그림자에게 유혹받고 죽기 직전 구제된다.
민우: 10대 소년. 형국에게 붙어 있는 죽음의 그림자를 물리치고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한다.
예수: 고통하며 부르짖는 인생에게 위로의 주로 나타난다.  
로마병정: 예수를 채찍으로 치며 십자가를 메고 가게 한다.


형  국: (공원의 벤치에 앉아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마치 시인과 같은 감상적인 어조로 독백한다.)  낙엽을 보노라면 내 마음 한없이 쓸쓸해지는구나. 아 인생은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가?

그림자: (검은 베일로 온몸을 가린 그림자가 슬그머니 나타나 널름 받아 대답한다.)   인생이 마지막 가는 곳은 죽음이지.

형  국: (뒤를 돌아보고 깜짝 놀라 겁에 질린 목소리로) 당신은 도, 도대체 누구요?

그림자: (호탕하게 웃으며) 하하하....... 나는 인생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그림자란다.   죽음은 인생을 모든 괴롬과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지.  모든 것 잊고 편안하게 잠잘 수 있는 안식의 세계가 죽음이란다.

형  국: (여전히 겁에 질린 모습이지만 그 말이 귀에 솔깃하게 들어와)  정말 죽으면 그렇게 편안하게 잠잘 수 있나요?

그림자: 암 그렇고 말고(형국이 경계하는 자세에서 매우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묻자 그의 옆에 가까이  다가가 앉으며 능글맞은 목소리로) 너 세상 살기 괴롭지?

형  국: (아무 두려움 없이 그림자의 질문에 대꾸하기 시작한다.) 정말 괴로워요.

그림자: 그래. 너의 인생 내가 생각해봐도 너무너무 괴롭더라.

형  국: 아니! 내 인생을 어떻게 잘 알고 있길래 그런 말씀을 하세요?

그림자: 너의 15년 인생 내가 다 지켜봤단다. 너의 고통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넌 남들보다 3개월이나 빠른 7개월만에 태어나서 미숙아로 자랐지?

형  국: 네, 인큐베이터에서 자랐다고 들었어요.

그림자: 엄마 뱃속에 있는 게 그리 갑갑하더냐? 세상구경 어서 하고 싶어 못 견디게 안달했던 모양이지. 그래 그때는 아기였으니까 네가 고통을 제대로 느끼지는 못했을 거야.  네 부모들이 마음고생 심했지.

형  국: 네, 난 아무 고통도 못 느꼈어요. 그렇게 자라다가 네다섯 살 때부터 기억을 시작한 것 같아요.  참, 3개월 빨리 나온 것 내 탓이 아닙니다. 나는 그저 낳아주는 대로 나온 것뿐이에요.

그림자: 그래. 그건 네 말대로 네 탓이 아니라 조상 탓으로 봐야겠구나! 그 때 내가 널 데려 가려다가 말았다.

형  국: 그 때 절 데려가시지. 왜 살려 두셨나요?

그림자: 널 살려보겠다고 애쓰는 너의 엄마 아빠도 불쌍하고, 너 세상구경 제대로 하고 난 다음에  데려 갈려고 내버려뒀지. 하지만 그 후에도 너에게는 고통이 계속됐다.   아빠가 하던 사업이 망해서 너희들은 넓은 집에서 단칸 셋방살이 신세로 전락했지. 대궐 같은 집에 살다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집 생활해보니 얼마나 괴롭더냐?   (매우 동정적으로 묻는다.)

형  국: 말도 말아요! 볕 잘 들고 전망 좋은 내 방 쓰다가 온 식구가 한데 엉켜 자고 생활하는 것 보통  불편한 게 아니었어요. 옛날 좋은 시절 생각하면 우리 식구 모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어요.

그림자: 그래도 너의 부모님 두 분은 생활력이 너무 강하더라. 고물장사 하시겠다고 리어카 끌고   나서는 것 보고 나도 놀랐다. 그렇게 자존심 강한 양반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몰라.  두 분이 리어카를 밀고 당기며 온 동네 골목을 샅샅이 뒤져 수집한 고철과 폐지를 팔아 너희들  공부시켰지. 그래도 너는 어쩌다 길가에서 엄마 아빠가 그런 모습으로 마주치기라도 하면  모른 체 하고 피해 다녔지?

형  국: 부끄럽게 그런 얘기 그만해요. 사실은 친구들 볼까봐 창피했거든요.

그림자: 그래도 너희들 위해 하는 노릇인데, 내가 봐도 너무 하더라.   어쨌든 그렇게 악착같이 고생한 부모님 덕분에 너희들 5년 만에 근사한 아파트 하나 장만했지.

형  국: 그럼요. 이제야 제 방도 생겼어요.

그림자: 행복하겠다!

형  국: 행복하긴요? 집에서나 학교서나 공부하라고 늘 윽박지르는 통에 괴로워 죽겠어요.   난 공부하기 싫어 죽겠는데, 모두들 왜 이렇게 공부하라고 족치는지 모르겠어요.

그림자: 이 땅에서는 공부 잘하는 사람들만 아주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까 그렇지.  공부 못하면 힘들고 어려운 인생길 걸어가야 하니까 말야. 참으로 불공평한 세상이야.    그러니까 너는 일찌감치 나와 함께 영원한 죽음의 안식으로 떠나도록 하려무나!   (형국의 왼쪽 소매를 잡아 이끌려고 한다.)

형  국: 그래요! 공부 못하면 사람대접 못받는 세상에 사느니 차라리 죽어버려야지!    (그 순간 민우가 등장하며 그의 오른쪽 소매를 붙잡아 앉힌다.)

민  우: (절박한 목소리로) 형제님! 안됩니다. 구만리 같은 인생길 포기하지 마세요.

형  국: 저는 벌써 죽음의 그림자에게 예약해 놓고 꼭 붙들려 있습니다. 나의 길 가로막지 마세요.

민  우: 그까짓 죽음의 그림자 내가 쫓아 버리겠습니다.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사탄아 물러가라!(그림자를 향하여 크게 소리친다.)

그림자: 으어어!(형국의 팔을 놓아주고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쳐 도망가버린다.)

형  국: (오히려 민우를 원망하며) 당신이 뭔데 죽음의 신을 쫓아버리는 거요?  

민  우: 형제님은 하나님께서 주신 귀한 생명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형  국: 괴로운 인생길 난 가기 싫은데 당신이 책임져 줄 겁니까?

민  우: 저는 책임질 수 없지만 예수님께서 책임져 주십니다. 저도 무거운 짐 때문에 괴로웠어요.   하지만 예수님께 맡겼더니 얼마나 홀가분한지 모르겠어요. 예수님, 그 분이 이 세상에 계실 때   당한 고통에 비하면 형제님이나 저가 지금 당하고 있는 괴롬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한번 보실까요. (무대의 불이 꺼지며 한쪽 구석에 조명이 비친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비틀거리며 나오고 그 뒤에 로마병정이 채찍을 휘두르며 등장한다. 로마병정은 예수를 계속   채찍으로 치면서 두 사람이 앉은 벤치 앞을 지나 반대편으로 천천히 사라진다.)

민  우: (다시 무대가 밝아지면서) 잘 보셨죠? 저런 고통 당해 보셨나요?

형  국: 안당해봤어요. 그런데 저 양반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저렇게 두드려 맞죠?

민  우: 예수님은 아무 죄가 없어요. 우리 죄 때문에 대신 고통을 당하신 겁니다.

형  국: (그 때 마침 쿵쿵쿵... 하는 소리가 들리자) 이게 무슨 소립니까?

민  우: 로마병정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는 소리군요.   (자신의 손바닥을 펴서 못질하는 시늉을 하며) 이 손바닥에 큰 대못을 박고 있는 모양입니다.

형  국: 굉장히 아프시겠는데......

민  우: 예수님의 십자가를 생각하면 우리가 가는 길 험하고 멀어도 가볼 만 하지 않습니까?

형  국: 하지만 그 공부, 공부하라는 소리 듣기 싫어서.......   공부 못한다고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왕따당하고 멸시당하는 세상 정말 싫어요.

민  우: 그래도 우리 주님은 형제님을 사랑하십니다. 다른 재능(은사)을 주시고 험난한 인생 길 걸음걸음   마다 인도하시리라 믿습니다. 형제여, 이 자리에 가만히 앉아 두 눈을 감고 조용히 예수님을  불러 보세요. (민우는 일어나 퇴장한다.)

형  국: (혼자 남아 두리번거리다가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는다) 예수님!

예  수: (천천히 형국에게 다가가며 인자하고 위엄있는 목소리로) 형국아!<br>형  국: (깜짝 놀라 눈을 뜨며) 어! 진짜 예수님이네!

예  수: 형국아! 네가 지금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럽다면 내가 너를 업고 가마.   진작 나를 부르지 않고 뭐했니?

형  국: 그 때는 예수님을 몰랐어요. 아까 한 형제가 예수님을 소개해줬지요.

예  수: 그래. 잘 소개받았구나. 이제부터 내가 너의 친구가 되어주겠다.   (자신의 등을 형국에게 들이대며) 자! 내 등에 업혀라!

형  국: (황송하고 미안해하며) 아니에요. 예수님, 이 무거운 짐만 들어주시면 저 혼자 걸을 수 있어요.    (자신의 곁에 있는 책가방을 가리킨다).

예  수: (형국의 손을 잡고 일으켜 주며) 오냐. 이리 줘라. (형국의 책가방을 자신의 등에 진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은 내가 지고 가마. 나중에 혼자 걸어가기 정말 힘들고 어려우면 말해라.   내가 너를 업고 가리라.

형  국: 네, 예수님 정말 고맙습니다.

예  수: 가자! 저 멀리 뵈는 나의 시온성으로(예수님과 형국은 다정하게 손을 잡고 퇴장한다.)

-무대의 불이 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