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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칼럼모음/기독칼럼

일과 노동-민정웅 목사

                        일과 노동
민정웅-독바위교회 담임목사




나는 인간 최초의 삶의 환경이었던 에덴동산을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행복한 삶을 위한 모델환경으로서 주신 것으로 이해하였다. 그리고 범죄 이전, 에덴동산에서 추방되기 이전의 최초의 인간 아담은 에덴 동산에서 마음껏 뛰놀며, 마음껏 먹고, 마음껏 마시면서 일하지 않아도 되었던 사람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행복한 사람이란 일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사람, 불행한 사람이란 일을 많이 하는 사람, 이런 식의 이해였다. 그러나 창 2:15에서 하나님께서 에덴동산에 살게 하신 아담에게 일거리를 맡기셔서 일을 하도록 하신 것을 보고 인간에 대한 행복관이 바뀌게 되었다. 즉 행복한 사람이란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이고, 불행한 사람이란 일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군대에서는 일거리가 많은 자리를 나쁜 자리라고 하고 일거리가 적은 자리일수록 좋은 자리라고 한다. 이것은 불신앙과 일종의 퇴폐풍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장신대 신대원에서 농촌목회학과 목회실습과목에 나온 전도사님들에게 “목회과제가 없는 교회는 떠나고 목회과제가 많이 주어지는 교회를 찾아가서 일하라”고 가르친다. 일거리가 있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요 일거리가 없는 것이 불행의 조건이라고 가르친다. 나는 에덴동산에서 일거리가 없어서 빈둥빈둥 놀기만 하다가 낮잠이나 자는 아담을 생각해 보았다. 결코 행복할 수가 없다고 생각되었다. 하나님 말씀중심으로 살며 에덴동산을 지키고 돌보며 필요한 일을 열심히 하다가 얼굴에 홍조를 띄고 웃는 얼굴로 평화의 단잠을 자고 있는 아담의 모습은 행복 그 자체라고 느꼈다.

독바위교회를 개척해서 오늘에 이른지 어언 28년! 한국대학생선교회 전주지역 대표간사의 자리, 정신여고 교목의 자리, 미국유학의 길, 이런 자리들로 가지 아니하고 일거리가 많지만 살기가 어려워 많은 사람들이 떠나는 농촌지대의 자리로 가 독바위교회를 개척하였다. 내가 처음 한 일은 독바위교회의 자립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농촌교회 교역자들이 떠나는 이유는 생계문제가 해결이 안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농촌교회를 떠나지 아니하고 목회에 성공하려면 생계문제를 해결해 놓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그래서 아브라함 농장을 차리고 이 농장에 첫째, 경제적 자립책, 둘째, 신앙의 생활화, 셋째, 회천면 복음화, 민족의 복음화라는 3대 목표를 세우고 벗어 젖히고 열심히 일하였다. 이 농장은 많은 빚을 진 채 9년 후에 문을 닫게 되었지만, 이 농장 덕분에 독바위교회는 6년만에 자립하게 되었고, 교회가 자립 정신의 기반 위에 설 수가 있었다. 농사에 농(農)자도 모르던 내가 아브라함 농장을 세우고, 지금도 그렇지만 農者天下之大本을 외치며 거름 져 나르고 논 매고 밭 갈며 씨 뿌리고 풋고추 따먹고 상추쌈 싸 먹으며 고구마 캐 먹고 무 깎아 먹으며 옥수수 쪄 먹고, 교회 따로 마을 따로가 아니라 교회가 곧 마을이고 마을이 곧 교회이며, 내 안에 주민이 있고 주민 안에 내가 있다고 생각하며 보낸 독바위교회 개척생활은 농촌목회자인 나의 보람이요 힘이었다. 나의 농어촌 목회자들을 위한 명특강(名特講) 두 가지 ‘농촌목회자의 네 가지 명심사항’ 중에서 첫째, “인간은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다”(마 4:4)와 ‘농촌목회 성공비결 일곱 가지’ 중에서 첫째, “땅을 1,000평 확보하라”가 모두 다 나의 독바위교회 개척시대에서 얻은 체험담이다.

아브라함 농장 이야기를 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산란계 500수를 키우면서 재미 본 이야기이다. 서울 출신이 농촌에 와서 사니까 일가친척과 친구들이 자주 다녀가게 되었다. 특히 서울에 있는 교회들의 중고등부(예를 들면 영락교회, 연동교회, 경신중고등학교 등)가 여름수련회를 아브라함 농장에서 했는데, 나는 프로그램 전체를 맡았고, 내 아내는 취사부를 맡았다. 그 때 아내가 만들어 준 닭볶음요리는 정말 일품이어서(둘이 먹다가 한 사람이 죽어도 모를 정도로) 지금도 나를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그 때 그 맛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그 수련회가 유명했던 것은, 그 때 얼마나 성령이 충만했으면 “그 수련회 때 받은 감동이 저를 목사가 되게 했습니다”라는 고백을 참석했던 여러 사람들에게서 들은 적이 있을 정도다. 오전에는 일조점호로 시작해 아브라함 농장을 세우게 된 이유와 사명을 비롯해서 성경강의와 분반공부를 하였다. 오후에는 농장실습과 도로보수, 마을일손돕기 등 서울학생들이 땀을 뻘뻘 흘려 가며 일할 수밖에 없도록 노동을 시켰고, 모두가 다 아브라함 농장의 무공해 농산물로 노동의 대가인 맛있는 식탁을 대하게 하였다. 일석점호로 일과를 마치게 하였는데 점호시 그 날에 암송해야 할 성경구절을 못 외우면 잠을 재우지 아니하였으니 그들은 잠을 자기 위해서라도 성경구절을 외웠다. 4박5일의 짧은 수련회였지만 청소년들에게 꿈과 낮과 밤의 낭만과 공동체적 사귐과 노동이 주어져 그들의 신앙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다.

내가 교회론(敎會論)을 강의할 때면 언제나 사용하는 예화도 아브라함 농장 손님들에게 대접하기 위하여 닭을 잡으면서 발견한 진리이다. 나의 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