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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극자료실

마음을 찍는 사진관

마음을 찍는 사진관

<작의>
예수님은 겉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보시고, 우리가 필요로 할때 함께 하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것은 '앙리킴 사진관'과 '마음을 찍는 사진관'이라는 대조적인 공간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등장인물>
앙리킴 사진관 주인-앙리킴: 마음을 찍는 사진관 주인, 손님-사장, 사모님, 아들(고3), 아이1(초등학교 고학년), 아이2(초등학교 저학년) -형제사이.

<소품>간판(세울 수 있는), 그림, 카메라, 바가지, 소금(대체 필요)


 앙리킴 사진관
음악이 나오면서 막이 열리면 무대 중앙에는 트라이포드 위에 카메라 한 대가 놓여 있다. 한쪽에는 '앙리킴 사진관'이라고 써진 간판이 세워져 있다.(이 뒤쪽에는 '마음을 찍는 사진관'이라고 써 놓고, 2막에서 활용한다.)  사진관 주인인 앙리킴(약간 호모적인 분위기)이 카메라를 만지고 있다. 음악이 잦아들면서 옷을 허름하게 입은 아이 두 명이 들어온다.



앙리킴 : (인사부터 하면서) 어서 오세..(고개를 들어 옷차림을 보고나서 표정과 말투가 거만스럽게 바뀐다.) 니네들, 무슨 일로 왔니?

아이1 : 저기... 여기가 사진 찍는 데 맞죠?

앙리킴 : 왜? 니네들, 사진 찍을려구?

아이1 : 네.

앙리킴 : 어머, 굉장히 비싼데... 여긴 아무나 사진 찍는 데가 아니거든. 주로 예술 사진만  취급하는데... 너희들, 돈은 있니?

아이1 : 얼마쯤 하는데요?

앙리킴 : 글쎄... 물론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작품들이기는 하지만... 보통 한 장에 30만원쯤 하는데...

아이1 : (놀라서) 그그렇게 비싸요?

아이2 : (아이1을 향해) 형아, 그냥 가자. 나, 사진 안 찍어두 돼.

아이1 : 무슨 소리야? 그런 소리 하지 마. 지금까지 우리끼리 한번도 사진 찍어본 적 없쟎아.

아이2 : 그래도 나중에 찍자.

아이1 : (들고 있던 그림을 들어보이면서) 아저씨, 이 그림 예쁘죠? 얘가 이 그림으로 전국에서 1등했거든요.. 그래서 그림이랑 같이 기념 촬영할려구 그러는데... 조금싸게 해 주시면 안 돼요?

앙리킴 : 어머머머머, 사사싸게라구? 이런 모욕스러운 말을.. (침을 삼키면서)얘들아, 잘 들어라. 이 앙리킴 예술 사전에 싸게(강조해서)란 없어. 오직 비싸게란 말만 있지. 제발 내 작품을 더이상 욕되게 하지 말고, 다른 곳을 찾아가 보겠니?  이때, 호사스럽게 차려 입은 가족-사장, 사모님, 아들이 등장한다.

앙리킴 :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사모님 오셨네. 안그래도 요즘 왜 안 들리나 했어요. 어머, 사장님은 더 핸섬해지셨어..

사모님 : (잘난척하는 목소리) 앙리킴은 농담도 잘하셔.  

사장 : (휭 둘러보면서) 요즘은 장사가 잘 안 되나보지? 옛날에는 그런대로 북적북적 하는 것 같더니, (아이들을 보면서) 어째, 손님들이 영 시원챦네. 역시 경제 불황의  타격이 크구만.

앙리킴 : (당황해서) 아, 얘네들은... 동네 거지들인가 본데 글쎄, 돈 좀 달라고 오지 않았겠어요..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아이2에게 쥐어주면서 아이들을 내쫓는다.) 얘들아, 잘가라. 제발, 다시는 여기에 얼씬도 하지 말구.  아이들 내쫓겨서 퇴장하면 앙리킴이 갑자기 생각난 듯, 안쪽에서 바가지를 들고 나와 소금을 확확 뿌린다.

앙리킴 : (혼잣말처럼) 개시부터 재수없게시리..

사모님 : 앙리킴, 지금 뭐하시는거에요?

앙리킴 : (바가지를 감추면서) 아니... 그냥...아무것도 아니에요.

사모님 : (바가지를 빼앗아서) 세상에... 어쩜, 불쌍한 아이들한테... (소금을 더 뿌리면서)고거 뿌려서 되겠어요? 이정도는 뿌려야지.

앙리킴 : 역시 사모님은 다르셔. 이 앙리킴, 괜히 사모님 팬이겠어요....  

사모님 : 참, 요 옆에 새로 사진관이 하나 들어섰던데 알고 계세요? 아까 오다 보니까 사람들이 많은 것 같던데... 여기도 이제 경쟁에서 밀리는 거 아니에요?

앙리킴 : 어머머머머, 싸모님이 그런 섭한 소리를 하시면 전 어떻게 하라구요.. 그 사진관, 사장님이나 사모님같이 귀한 분이 가실 곳이 못돼요. 얼마나 허름하고, 더티한지...말도 못해요. 절 그런 돌팔이하고 같이 취급하다니... 너무하시네요.

사모님 : 호호호, 농담이에요. 사진은 둘째치더라도, 우선 인테리어가 제대로 되어 있는않은 곳은 갈 생각도 없어요.

앙리킴 : 역시 사모님은 예술적 감각이 있다니까. 이 샵에 든 인테리어 비용만 자그마 치 2억이거든요. 호호호.

사장 : 그만하고, 우리 사진부터 찍지.

아들 : 엄마, 나 배고파.

사모님 : (아들이 귀여워 죽겠다는 듯이) 그래, 그래. 잠깐만 이거 먼저 찍고 나서 밥 먹으러 가자. 응?

아들 : 싫어. 밥부터 먹고 싶어.

앙리킴 : 어머머머, 저 말하는 것 좀 봐. 어쩜 저렇게 한마디, 한마디가 예술인줄 모르겠어요.

사장 : 사실은 요번에 우리 아들이 대학에 철커덕 합격을 했지. 그것도 아무나 못 들어가는 Y대에 말이야. 사실 내 자랑 같아서 말 안하려고 했지만 제한테 들인 비용이 한 달에 천만원은 족히 될껄?

사모님 : 천만원만 들었나요? 세상에... 쟤 바이올린만 10억이에요. 거기에다가 교수 사사비만 한번에 100만원쯤 했죠. 그것만 시켰나? 국영수 기본 과외가 300에, 그 외 과목들, 쪽집게 선생 대는데도 한 3-4백은 들었가니까요.  

아들 : 그래도 엄마, 그 쪽집게 선생, 정말 쪽쪽 잘 찝어 주더라.  

사장 : 하여간 다른 경제 상황은 나빠도, 과외 경제 시장은 과열이라니까, 과열.

사모님 : 이이나 되니까 시켰지, 정말 돈 없으면 대학 못 간다니까요.

앙리킴 : 그럼요, 대학도 능력이 되야 가죠. 특히 예술은 뿌린 만큼 거두기 마련이죠.

사장 : (시계를 보면서) 우리가 너무 많이 떠들었군. 그만 떠들고 경제적으로다가 빨리 찍고 가지. 예배 시간 늦겠어.

앙리킴 : 어머, 내 정신 좀 봐. 자, 이쪽으로 와서 서세요..

사모님 : 특별히 잘 찍어 주세요. 앙리킴 솜씨야 물론 말하나 마나지만.

앙리킴 : 두말 하면 잔소리죠. 자연스럽게 미소를 띄고, 잠깐..(사장한테 다가가서 옷 매무새를 바로 잡아 주고, 고개를 조금 바로 잡아 준다. 사모님한테 다가가서 스마일한 표정을 짓고)사모님, 스마일, 스마일. (다시 자리로 와서) 나이스. 나이스. 어쩜, 하나같이 모델이야.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사진 찍는 소리)

사장 : 수고했네, 앙리킴. 이제 예배 드리러 갑시다. 참, 당신, 감사헌금 봉투는 챙겼지?

사모님 : 물론이죠... (핸드백을 열고서) 어머, 이를 어째. 두고 왔나봐.

사장 : 뭐? 두고 와? 안그래도 당신이 두고 올까봐 내가 꼭 챙겨 넣으라고 말했쟎아.

사모님 : 넣은 것 같은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없네요.

사장 : 내가 일부러 은행에서 500만원 모두 새돈으로 바꿔다 놨더니... 으이구..

아들 : 아까 나올 때 보니까, TV위에 봉투 있는 것 같던데.

사모님 : 넌, 봤으면 가져올 것이지, 그냥 와?

아들 : 내가 알았나, 뭐. 엄만 나만 미워해...씨...

사장 : 오늘 가져다 내야, 다음주 주보에 내 이름이 오른단 말이야. 박장로 이름이 나보다 먼저 올라가면 안되는데... 안그래도 박장로 딸이 요번에 S대에 붙어서 내가  얼마나 열받은 줄 알아? 다 당신 때문이야. 하여간 당신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니까.

사모님 : 뭐 어째요? 내가 뭘요?

사장 :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거야? 내가 당신 건망증 때문에 망한게 한두번인줄 알아?

사모님 : 그러는 당신은 얼마나 잘났다고 그래요?

사장 : (시계를 보면서) 하여간 지금은 예배 시간에 늦으니까 나중에 두고 봅시다. 내 그냥 넘어가지 않겠어. (앙리킴을 향해) 여기 얼마야?

앙리킴 : 네, 30만원인데요...

사장 : 30만원? 요즘 다들 경제 불황인데 왜 그렇게 비싸? 달아 놔. (큰 걸음으로 퇴장한다)

앙리킴 : 네? (사모님을 향해) 싸모님... 이건 현금으로 주셔야.....

사모님 : (못 들은척하며)당신, 혼자 가면 어떻게 해요? (따라서 퇴장한다.)<br>아들 : 엄마, 같이 가. (퇴장한다.)

앙리킴 : 세상에... 뭐, 저런 놈들이 다 있어. (바가지를 들고 와서 소금을 뿌리면서) 오늘, 재수 옴 붙었구만.  

음악 나오면서 불 꺼진다.


 마음을 찍는 사진관
'마음을 찍는 사진관' 간판이 놓여있다. 주인이 카메라를 만지고 있으면 아이1,2가 조심스럽게 들어온다.

아이1 : (조심스럽게) 저기..들어가도 되나요?

주인 : 물론이야. 들어오렴.

아이1 : 저...여기도 사진 찍는데 비싼가요?

주인 : 글쎄... 사람에 따라서 다르지.

아이2 : 형아야, 여기도 돈 없으면 안 찍어주나봐. 그냥 가자.

아이1 : 여긴 좀 다를 줄 알았는데... 이름만 '마음을 찍는 사진관'이면 뭐해. 치. 야, 가자. 여기도 마음 대신 겉만 보고 찍어주나봐. (뒤돌아서 가려고 하면)

주인 : 잠깐, 얘들아. 내 말뜻은 그런게 아니야.

아이1 : 그럼 뭐에요?

주인 : 난 너희같이 정말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돈이 없다라도 찍어주지. 대신 돈이 많은 사람은 비싸게 받구.

아이2 : 그게 정말이에요? 우린 돈이 하나도 없는데.....

주인 : 그럼 정말이구말구.

아이1 : (여전히 의심섞인 목소리로) 아저씨 말을 어떻게 믿어요?

주인 : 왜 안 믿기니?

아이2 : (눈치를 보면서) 아저씨, 그게 아니라요... 조금 전에 저쪽에 있는 앙리킴 사진관이라는 곳에 갔었는데 거기 주인 아저씨가 우릴 거지라고 하면서 내쫓았거든요. 돈이 없다구요..그래서 형아가 좀 화가 났어요.

주인 :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렇지만 아저씨 말은 정말 믿어도 돼. 여긴 말이다, 외모가 아니라 마음을 찍어주거든. (카메라를 가리키면서) 이 카메라가 보이지? 이 카메라는 말이다, 여기 이 렌즈로 보면 사람의 마음이 찍히는 카메라에요.  

아이1 : 정..말이에요? 신기하네..

주인 : 근데 사진은 무슨 일로 찍지?

아이1 : (신이나서) 사실은 제 동생이 그림대회에서 1등을 했어요. 좋은 크레파스도 못 사줬는데, 대단하죠? (그림을 보여주면서) 이게 그 그림이에요. 멋있죠?

주인 : 정말 잘 그렸구나. 아주 좋은데.

아이1 : 그렇죠? 얜 나중에 크면 화가가 되는게 꿈이래요.

주인 : 아저씨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자자, 이쪽으로 와라. 이 그림이랑 같이 사진 찍자.  앙리킴이 등장한다.

앙리킴 : (팔짱을 끼고 거만한 말투로) 여기가..... 어머나어머나.. 너네들....아까 그 애들 아니야? 너네들, 여기 와서 뭐하니? 기어코 사진을 찍으려구?

아이2 : 아저씨가 무슨 상관이에요?

아이1 : 생긴건 꼭 내시같아가지구.. 아저씨 가게나 잘 하지, 여긴 뭐하러 왔어요?

앙리킴 : (기가 막히다는 듯이) 뭐....? 내시? 얘는 어른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니? (부채질  하면서) 교양있는 내가 참아야지.. 이래서 애들은 가정 교육이 중요하다니까....

주인 : 여긴 무슨 일이에요?

앙리킴 : 아... 댁이 주인이에요? (한번 둘러보고 나서) 어머머머머, 아저씬 패션부터가 예술 하기는 틀렸네... 요즘이 어떤 시댄데...

주인 : 옷이 사진을 찍는 것은 아니쟎아요.

앙리킴 : 이이가 아직 잘 모르는구나... 포토샵 처음이신가 본대... 내가 선의의 충고 하나 할까? 요즘 사람들 수준이 얼마나 높은데. 그 사람들 수준 맞추려면 이 패션으로는 어림도 없어. 인테리어도 이렇게 해서는 돈 버는 건 날샜지.

주인 : 그래요..?

앙리킴 : 언제 한 번 우리 샵에 한번 들려. 내가 특별히 조언 좀 해 주지.

주인 : 돈이 제일은 아니죠. 내가 찍고 싶은 건 돈이나,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사진이 아니라, 가장 진실하고 행복한 모습의 사람들이죠.

앙리킴 : 지금 누구 앞에서 설교하는거야, 뭐야. 예술적으로다 말해 줄려고 그랬더니..이건 쑥맥도 아니고, 앞뒤가 꽉 막혔구만. 좋아. 내 할 말만 하고 가지. 잘 들어 둬. 앞으로 또 공짜로 손님들을 불러모을 생각하면 가만 안 두겠어. 알았어? (퇴장하려고 하면)  

주인 : 참, 어머님 다리가 빨리 나으셨으면 좋겠네요.        

앙리킴 : (휙 돌아서서) 당신이 우리 엄마를 어떻게 알아? 아무도 모르는데.. 당신이 어떻게 아냐고?

주인 : 얼마전에 어머님께서 여기에서 사진을 찍으셨어요. 다리가 불편해서 잘 걷지도  못하시면서도 아들 걱정을 하시더군요..

앙리킴 : (혼잣말로) 엄마는 왜 여기서 사진을 찍은거야, 내가 우리 엄마 땜에 못살아, 못살아. (주인을 향해) 당신 일이나 잘해. 우리 엄마 일에는 상관하지 말고. 알았어? (퇴장한다)

아이1 :  저런 아저씨도 엄마는 좋은 분이신가봐요.

아이2 : (시무룩하게) 좋겠다. 엄마가 있어서.

주인 : 자...그 아저씨에 대해서는 그만 이야기하고, 이리 와서 사진부터 찍자꾸나.

아이2 :  (시무룩한 표정으로)네

아이1,2. 카메라 앞에 가서 선다. 아이1이 아이2의 옷매무새를 고쳐주고 아이2는 그림을 들고 찍는다.

주인 : 하나, 둘, 셋.. 김치..

아이1,2 : (시무룩해서) 김치

주인 : 자, 그렇게 입 내밀지 말고... 자, 웃어요. 자, 다시한번 김치

아이1,2 : 김치....(씩 웃는다)(찰칵 찍히는 소리)

아이2 : 형아야, 나, 눈 감았다. 아저씨, 다시 찍으면 안 돼요?

주인 : 괜찮아. 찍히고 나서 눈 감은거야. (카메라를 다시 들여다보고 나서 아이2를 향해)너, 엄마가 그리운 모양이구나.

아이2 : 어,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주인 : 이 카메라로 보면 마음을 알 수 있지.

아이1 : 얜 엄마를 본 적이 없어요. 엄만 얘가 태어나자마자 집을 나가셨거든요. 돈 벌어   오신다구요.. 전 그래도 엄마 얼굴은 기억하는데, 얜 엄마 얼굴도 몰라요.

아이2 : 나, 엄마 얼굴 안다니까. 정말이야. 꿈에서 맨날 엄마 만난단 말이야.

주인 : 그래, 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나면 하고 싶은걸 이루게 되지. 엄마가 보고 싶으면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아이1 :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아이2 : (무대를 쳐다보면서) 와! 형아, 밖에 눈이다. 눈이 온다.

아이1 : 정말이네. 야... 우리 나가서 눈싸움 하자. 아저씨도 눈싸움해요.

주인 : 그럴까.. 우리 다같이 나가서 눈싸움 할까.

캐롤송 나오면서 막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