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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극자료실

돌하루방과 불가사리-극단예공

극단예공-돌하루방과 불가사리

돌하루방과 불가사리

등장 인물
혜선
안남
Music (주제곡) Title-"돌하루방과 불가사리" (푸른 하늘 배경으로)
(SHOTS--거미줄의 아침이슬, 꽃, 물주는 모습, 푸른 하늘, 창문을 여는 혜선, 혜선의 부엌과 거실, 쎌 사진이박힌 MUG 등. 전화받는 장면 이전에 혜선의 얼굴이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

199__년 모월 모일. 오늘은 유난히도 파랗고 상쾌한 아침으로 시작한 하루였다. Music F.O. 주님을 향한 사랑이 날씨에 따라 바뀌어선 안되겠지만 이런 날은 왠지 하나님의 마음을 더욱 알아드리고 주님과의 사랑에 깊이 깊이 빠져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따라 경건의 시간이 왜 이리 달콤한지. "우리 주께 받은 그 기쁨은 알 사람이 없도다." 주님, 제가 여기 있사오니 저를 써 주소서. 이런 나의 기도는 즉각적으로 응답되었다. (전화벨) 내가 사랑하는 자매인 수지임에 틀림없다. 오늘 하루종일 함께 있자고 했으니까. (QT하고 있던 식당 테이블에서 거실로 달려가 전화 받는다)

혜선: 수지니? 나야. 여보세요? 아, 안남이. 잘 있었니? 응. 그래, 나도 . . . CU 혜선 주님, 어찌된 일인가요? 오늘만큼은 사역에 지친 수지를 위로하고 함께 있고 싶었는데, 안남이라뇨. 안남. 내가 붙인 별명이 제주도 돌하루방이다. 예수님을 만난지 1년이 되었지만 하도 안통하고 답답해서 붙여준 이름이다. 이 아이 땜에 얼마나 많이 울고 회개했는지. 내가 얼마나 큰 죄인인지를 잊지 않게 해주는 복덩이. 하지만 만나기 위해선 기도가 많이 필요한 어려운 아이.
혜선: 응, 만나자구? 으응-- 다른 약속? 아니 뭐. 수지를 만날까 했는데 . . .
          이런 바보. 수지와 선약이 있다고 했어야지. 이미 늦었다.
혜선: 그래, 그러지 뭐. 그때 그곳? 알았어. 그래, 있다가 보자. 안녕.
          (전화를 끊은 후의 착잡한 표정. 다시 식당으로 간다.
          안남이의 얼굴이 박혀있는 쎌 사진 mug에 눈이 간다. 집어든다.
          가만히 안남의 얼굴을 응시. 관객은 누가 안남인지 알 수 없다.)
          왜 만나자고 하는 걸까? 뻔하지. 어제 쎌모임 때문일게다.
          언제나처럼 안남이는 주위 사람들을 죄인 아니면 형편없는
        이중 인격자로 만들었다.
          아무도 자기만큼 사랑과 희생을 하고 있지 않다고 착각하고
        있는 게다.
          특히 지수와 심하게 논쟁해 둘 다 나무란 후 회개 기도를 시켰다. 의례적인 기도에 속도 상하고 매일 자신을 상처 내고 있는 그 아이가 가엾기도 해 그 아이를 붙들고 기도하며 눈물이 나왔다. 언제까지 울어야하나, 이 아이 땜에. 안남이 땜에 격려가 되고 기쁨이 넘치는 그런 날이 과연 올까? (거울을 보며) 오병이어로 바쳐진 몸이지만 이 아이에게 뜯어 먹힐 때는 괜시리 본전 생각이 나고 더욱 아픈 것은 왜일까? 난 왜 이리 사랑이 없을까? 왜? 왜? 주 안남! 이 미련한 돌하루방!! (무심코 시계를 보고는) 어머. (황급히 현관문으로 달려나가 퇴장. 잠시 후 다시 등장해서 안남에게 주려고 챙겨놓은 허리 담요를 집어들고는 다시 퇴장.)
CLOSE SHOT 차안의 혜선
MOVING SHOT 왜일까? 왜 갑자기 만나자고 한 걸까? 정말 회개했나? 이젠 얘가 정말 바뀐 걸까? 꿈같은 얘기다. 믿어도 될까? 아니면, 언제나처럼 지수에 대한 험담을 내게 털어놓기 위해선가. 작년에도 비슷한 일로 나를 만나 남 욕만 싫컷하다가 돌아간 일이 있었지. 아니면 . . . 혹시, (정지 사인을 뒤늦게 보고 깜짝 놀라 급히 브레이크)
CLOSE SHOT-급정거하는 혜선의 차 (핸들에 머리를 묻고 안도의 숨을 쉰후 고개 들며) 혹시, 쎌을 나가거나, 교회를 떠난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맞아, 그런지도 몰라. 어제, 기도하는 폼이 유난히 싸늘했어. 무언가 맘을 정리한 사람처럼. 내가 너무 모질게 대했나? 사랑이 없었나? 주님, 아니죠? 안남이를 마지막으로 보게되는 것은 아니죠? 그 아이의 맘을 붙들어주세요. 다시 한 번 기회를 허락해주세요. 아냐. 이렇게 억측을 하고 있을 문제가 아냐. 무슨 이야기인지 들어보아야지. 내 사랑이 부족했다면 더욱 사랑해주고, 말씀대로 살기 싫다면 도전해야지. 주님, 책임지시는 거죠?
(심호흡) MED. PAN SHOT 혜선의 차 FULL SHOT 초조하게 혜선을 기다리는 안남 (안남, 멀리서 다가오는 혜선을 보자 얼른 벤치에 앉아 태연하게 책을 보는체 한다.)

혜선: 안남아, 많이 기다렸지? 언니가 좀 늦장을 부렸구나.
안남: (흘깃 혜선을 쳐다보고는 책에 다시 눈길을 주며) 괜찮아요, 언니.
          꼭 오리라는 기대는 하고 있 지 않았어요.
혜선: 또 시작이군. 안 오긴. 약속을 했는데. 자. (허리 담요를 건네준다.)
안남: 뭐죠, 이게?
혜: 허리 담요. 허리 아프다고 했잖아.
안: 다 나았어요. 이런 것 부담스러워요. 신세지기 싫어요.
혜: (몰래 흘기며) 어이구, 말이나 못하면 . (상냥하게) 받아. 웬일이야? 날씨가 좋아서 데이트 신청 한 거니?
안: 아뇨.
혜: 아니야? 그럼? 지수와의 문제?
안: 그런 거 골치 아파요. (악수를 청하며) 언니, 합격.
혜: 합격?
안: 테스트에 합격.
      난 언니가 날 안 만나고 수지언니를 만나러 갈 줄 알았어.
      수지 언니가 더 상냥하고 말도 잘 듣잖아. 인턴이고.
혜: 너, 수지랑 한 얘기를 어떻게 . . .
안: 엿들었지 뭐. 이젠 가도 돼요. 바쁠 텐데.    
      (뒤돌아 서서 걸어간다. 외로움. 눈길은 혜선쪽을 향해 있다.)
혜: 뭐야,
     " 결국 네 잣대로 사람을 재고 판단하기 위해서 날 불렀단 말이야"
      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최악의 상황이 아닌 것이 감사했고, 무엇보다 예수님의 보물을 갖고도
     집나온 아이처럼 방황하는 저 아이의 안타까운 외로움이 그 순간
     내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혜: 안남! (안남, 돌아선다.) 너 오늘 언니랑 데이트 좀 해야겠다.
안: 나 바빠요. 날 만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많거든 . . .
혜: 잔소리 말고 따라와요.
안: 언니, 나 바쁘다니까.
혜: 상관없어요, 하루방씨.
안: 언니!  
      OFF CAMERA
      (노래가 시작되면서 함께 하루를 보내는 두사람의 모습담은 장면 모음)
      (삽입곡 1절)
      금빛 햇살보다 새파란 하늘보다
     더 예쁜 빛깔들로 주님 그리셨네
     석류빛 사랑으로 곱게 곱게 그린
     예수님만의 당신을 나 사랑합니다
     (간주)
      오늘 하루 안남이와 난 소꿉동무가 되었다.
      함께 실컷 먹고, 뛰고, 깔깔거리며 하루를 보냈다.
      그러는 가운데 안남이를 이루고 있는 여러 빛깔들을 보게되었다.
      그 아이의 관심사와 취미, 좋아하는 노래와 아름다운 생각들.
      그 아이는 돌하루방이 아닌 하나님의 걸작품.
      부서지는 파도를 통해 단련되어 곱게 빚어지고 있는 예쁜 작은
     조약돌이었다.
       안남이를 너무 몰랐다. 이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을 너무도 몰랐다.
      (간주와 노래 도중의 중요 장면: 바닷가에서 예쁜 조약돌을 주워 건네주는 안남의 환한 얼굴. 혜선의 놀란 기쁨의 반응. 불가사리를 줍는 혜선. 불가사리와 바다를 가만히 응시하며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혜선의 모습에 이어 바로 4장의 첫대사 이어짐.)
      (2절)동글 동글 빚어진 너의 예쁜 생각 동글 동글 고운 너의 예쁜 마음 조약돌처럼 곱게 곱게 빚어 주신 나의 주 예수님만을 나 사랑합니다 나의 주 예수님만을 나 사랑합니다
     (화면나타남) EXT. 해변
혜선: 안남! (조약돌을 줍던 안남, 고개를 들고 혜선을 본다.
           파도를 향해 달려가 불가사리를 바다에 던지는 혜선.
           손을 흔들며 기뻐하는 혜선.)
안: (기가 막히다는 듯) 언니, 뭐하는 거예요?
혜: 불가사리 살리기. (안남에게 다가와 불가사리를 하나 건네주며)
       너도 해봐.
안: (질색하며 물러선다) 징그러워요.
혜: 그대로 놓아두면 말라죽을 거야.
안: 던져 넣어봐야 다시 밀려나올텐데 뭐.
혜: 가엾잖아. (다시 파도를 너머로 힘껏 던져 넣는다.)
안: 아이, 그만해요. 바보같이. 시간 낭비야.
      해변에 널린 게 수천 개의 불가사리인데,
     그런다구 그것 들을 다 구할 수 있어요?
혜: 그냥 있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나지.
       하나라도 바다 깊숙이 자기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면,
       수천개 중에 단 하나라도 살아날 수 있다면 가치가 있는 일이야.
안: (깨달음. 불가사리를 하나 집어들어 바라보다가 혜선 응시)
      아이, 징그러워. (바다로 내달으며 힘 껏 던진다.)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는 장면들)
안: 언니.
혜: 응?
안: 이 녀석 또 돌아왔어.
혜: 말을 안 듣는 녀석인데, 돌하루방처럼. (사이)
안: 이런걸 까, 하나님의 마음이.
혜: 무슨 소리야?
안: 떠밀려 나오면 또 던져 넣고 또 던져 넣는 안타까운 마음.
혜: 야, 안남이가 철들었네. 주님의 마음을 다 알아드리고.
      (안남, 얄밉다는 듯 혜선을 콕 찌르고는 바닷가로 내닫는다.
      혜선, 바라보며 미소. 안남, 돌아서며)
안: 언니.
혜: 응?
안: 언니는 몇 번이나 던져 넣었어?
혜: 글세, 몇 개나 될까?
안: 참, 둔하긴. 진짜 불가사리 말고.
혜: 그럼? (마지막 불가사리를 파도 저편으로 던지며)
안: 안남이라는 고집불통 불가사리. (혜선, 미소. 주제곡) 안남이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우린 웃고 뛰어다니며 불가사리를 계속 부서지는 파도 너머로 던져 넣었다. 가끔 우리는 하나님의 눈으로 우리의 일상을 돌아볼 필요가 있나보다. 어느덧 영적인 해결사가 되어버린 나는 한 마리의 불가사리 땜에 아들을 바치신 하나님의 마음을 잃어버리고, 던져 넣기 쉬운 불가사리를 골라가며 숫자와 효율성의 놀음을 하고 있었다. 사랑은 계산과 논리로는 설명될 수 없다. 안남이는 그 사랑을 내게 다시 일깨워준 나의 복덩이이다. 안남이만이 채워드릴 수 하나님의 텅빈 마음이 있다는 것을 난 잠시 잊고 있었다. 안남이가 내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할 가치가 있는 예수님 짜리 아이임을 잊고 있었다. 주님, 죄송합니다. 안남이는 무엇을 깨달았을까? 극적인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CLOSE SHOT 안남 (PROFILE과 눈) 그러나 안남의 마음에 조용한 영적 혁명이 일어나기 시작한 걸까. 마지막 한 마리의 불가사리를 물에 던져 넣은 그 아이가 오래도록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일 줄 몰랐다. 눈가에 남아있던 물기는 아마도 파도 때문이었겠지.
FULL SHOT: 파도 사이에 서있는 안남에게 다가가는 혜선. 안남의 어깨를 보듬어 준다. 바다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뒷모습
음악 증폭 후 서서히 사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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