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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극자료실

내 이름은 요네꼬-행복의 딸

내 이름은 요네꼬-행복의 딸.

때: 현대물.  장소: 일본의 한적한 도시.
등장인물: 요네꼬,아키도시,어머니,여인,여자,의사1,의사2,간호사 다수,예수,어린 요네꼬,소녀,그 외 Extra들.


-1막 1장-
(막이 열리면 사방이 모두 컴컴한 상태. 미명 하나 없는 컴컴하고 조용한 상태에서 잠시 후 어두운 가운데, 스피커를 통해 미리 녹음된 요네꼬의 음성이 낭독된다. 요네꼬의 목소리는 허스키하고, 힘이 없는 지친 듯한 목소리로.)

요네꼬의 음성
내 이름은 요네꼬, 행복의 딸이라는 뜻이다.(잔잔하고 부드러운 음악)지금은 돌아가신 나의 외할머니께서 늘 행복한 여인이 되라는 뜻에서 특별히 지어주신 이름이다. 그 이름처럼 난 나의 어린 시절을 꽤나 부족함 없이 살았던 걸로 기억된다.(슬라이드Show. 하나의 슬라이드가 지나갈 때마다 카메라의 셔터 누르는 소리. 슬라이드의 내용은 요네꼬가 어린 시절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과, 요네꼬의 낭독 내용에 맞게.) 난, 내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거의 다 가질 수 있었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은 모두 이룰 수 있었다.(사이) 어쩌다가 내가 동네 꼬맹이들끼리의 사소한 시비로 얻어터지기라도 하면 그날은 온 동네전체가 다 시끄러운 날이었다. 극성스러울 정도로 나를 사랑했던 나의 어머니 때문이었다. 그러한 나의 어머니는 아주 독실한 불교와 천리교의 신자셨다. 어머니를 따라 나 역시 절에도 많이 쫓아 다녔었다. 절의 넒은 앞마당은 나와 같은 꼬맹이들의 놀이터로는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그것이 나의 운명을 바꿔 놓을 것이라는 것도 모른 채 그 철없는 꼬맹이는 마냥 즐겁기만 했다.(음악소리 높아지고, 슬라이드, 몇 장면 더 지나가다가, 소등. 음악도 꺼진다.)  난..... 그것이...... 행복인 줄로만 알았었다.


-1막 2장-
(불 켜지면 한쪽에 앉아 외출준비를 하는 어머니, 어린 요네꼬는 다른 한끝에서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다. 잠시 후 어머니, 일어난다. 어린 요네꼬 어머니에게로 쪼르르 달려온다.)

어린 요네꼬:어? 엄마! 어디가? 응?

어머니:응, 요네꼬야, 엄마 잠깐 중요한 모임 때문에 절에 좀 갔다 올게. 금방 이면 되니깐, 요네꼬 혼자서 잘 놀구 있어야 된다. 알았지?

어린 요네꼬:히잉~ 싫어! 엄마 나 엄마 좇아 갈 꺼야.

어머니:(타이르듯)안돼. 요네꼬. 오늘은 정말 중요한 모임에 가는 거라서 그래. 우리 요네꼬는 착해서 아마 혼자서두 잘 놀 꺼야 그지?

요네꼬:히잉~(울먹인다)

어머니:요네꼬야, 대신 엄마 빨랑 갔다 올게. 알았지?

어린 요네꼬:힝.. 그면은 빨랑빨랑 오기야!

어머니:헤헤! 물론이지요, 우리 귀여운 꼬마 공주님...(일어나서 무대 한쪽으로 걸어간다. 그러나 어디 아픈 듯 찡그리며 비틀거린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푹 쓰러지는 어머니 요네꼬, 놀라서 달려간다)

어린 요네꼬:엄마! 엄마! 왜 그래! 응? 엄마 어디 아파?  (곧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웅성대는 소리. 그 가운데 몇 명의 목소리가 들린다)

소리:어? 저 여자 왜 저러지?

소리:몰라요, 갑자기 옆에서 걸어가는데, 비틀비틀 거리나 싶더만 푹 하구 쓰러지데요.

소리:아휴~저걸 어쩌누.. 아직 젊은 여자인 거 같은데....

소리:그러게 말야. 저 옆에 저게 딸인 거 같은데, 저 어린 핏뎅이는 또 어쩌구...쯧쯔...

소리:그러고만 있지 말고 누가 의사를 좀 불러봐요.

소리:예! 제가 의사를 불러올게요.
(무리중 한 청년이 무대 한 쪽으로 뛰어 나간다. 그가 뛰어 나가는 쪽에 외줄기 조명이 갑자기 들어온다. 그곳엔 중년의 여자 하나가 팔짱을 낀 채 거만하게 서 있다. 청년 뛰어나가다가 뭔가에 부딪히는 시늉으로 쓰러진다.)

여자:그만둬! 의사! 흥. 의사 따위가 뭘 할 수 있다고 이 야단들이야! 아마 의사 아니구, 의사 할아버지 가 온대두 어쩔 수 없을껄. 의사 따위는 아무 도움도 안돼. 괜히 급한 척 뛰어와서는 여기저기 주물럭 거리다가 주사바늘이나 몇 방 찔러대겠지. 기껏해 봐야 영양제? 아님 진통제 뿐일껄?(갑자기 은밀한 목소리로)어쩌면 고통을 잠시 잊게 하려고, 몰핀이나, 아편을 놓을지도 몰라!(다시 소리 높여서 그래 놓구선 (비꼬듯) 아! 우린 최선을 다했습니다만....어쩌구.. 이딴 소리나 지껄여 댈꺼야!    최선? 흥 최선은 무슨 최선이야! 주사바늘 볓 번 찌르는 것두 최선인가? 그래 놓구 또 돈은 돈대로 엄청 쑤셔넣고 도망가겠지. 의사란게 원래 그런 것들이야! 흥 의사 따위가 뭘 할 수 있어!    자, 그것보다도 (품안에서 작은 약병을 꺼낸다) 여기, 우리 천리교의 성수가 있어! 이건 많은 스님들이 축복한거지. 그만큼 귀하디 귀한거야! 이걸 먹으면 어떤 병이든 낫게되지. 자, 이걸 저여자에게 먹이면 저여자는 금방 정신을 차리게 될꺼야!(어머니에게로 다가가서 병 속의 약을 먹인다. 그러나 어머니 별 차도가 없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다시 높아진다)

소리:뭐야! 별일 안 일어나잖아!

소리:만병통치약은 무슨.. 저거 완전히 사기꾼 아냐!

소리:그래 맞아! 저거 사기꾼이야!

여자:시끄러! 당신들이 뭘 안다고 시끄럽게 떠드는 거야! 좀만 기다려봐 좀만 더 기다리면 틀림없이 약효가 나타날 꺼야!

어린 요네꼬:(울먹이며) 싫어! 난 의사선생님을 부르러 갈 꺼예요. 울 엄마가 저렇게 아픈데 더 이상은 보고만 있을 순 없어

여자:(요네꼬의 팔을 나꿔채며) 그만둬 꼬맹이! 우리 성수의 힘은 위대하단 말야. 너의 어머니는 금방 나아질꺼야! (이때 사람들이 그녀를 막아선다)

소리:어! 이제 그만하지, 응?

소리:당신의 그 만병통치약은 가짜임이 드러났어!

소리:그만 수작 부리고 여기서 꺼져 버려!

소리:자, 꼬마야 어서 의사선생님을 모셔 오거라

여자:어! 뭐야! 뭐야 당신들. 이거 놔! 이거 안 놔!(사람들 그녀를 끌어서 퇴장. 여자 끌려나가면서 계속 발버둥친다)이거 놔! 분명히 말하는데, 당신들 이러면 후회해! 우리 신이 가만히 있을 줄 알아!  당신들에게 신이 저주를 내릴 꺼라구! 저주! 그래도 좋아!!!  (여자가 퇴장한 반대쪽 문으로 의사가 등장 서둘러 등장한 그는 어머니의 몸 여기저기를 살핀다.   한참을 그러다가 안되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는다.)

의사:휴~ 안되겠어....

소리:선생님! 어떻습니까? 예?

의사:안되겠어요. 너무 늦어버렸어요. 휴~ 조금만, 조금만 더 날 일찍 부르러 왔었다면 실낱같은 희망 이라도 있었지 모르겠는데, 그러나 지금은 그마저도 없군요.(천천히 물건들을 챙기며 일어선다, 요네꼬 그에게로 가서 매달린다)

어린 요네꼬:선생님, 선생님! 그러면 울 엄마 어떻게 되는 거예요? 예?

의사:(말없이 요네꼬를 내려다보다가 무릎꿇고 안아서 요네꼬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휴~꼬마야 참 안됐지만, 나두 네 어머니의 생명을 어찌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버렸구나... 나두. 이젠 어쩔 수가 없단다. 의사는 병을 고치는 게 의사지, 사람의 생명을 죽였다 살렸다 할 순 없어요. 그건 신(神)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야. 얘야 넌 아직 어려서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크면서 이해하게 될꺼다. 난 의사일 뿐이지 신은 아니야.(조용히 요네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퇴장. 불 꺼지고 요네꼬와 어머니 있는 데만 불 켜진다. 사람들 퇴장. 요네꼬 어머니의 시신 앞에 엎드려 운다)

어린 요네꼬:엄마! 엄마! 눈 좀 떠봐! 제발! 응? 엄마! 엄마! 거짓말쟁이야! 금방 온대면서, 이게 뭐야!   엄마! 정신 좀 차려봐! 엄마!!!(어머니의 가슴에 엎드려 운다. 마지막 엄마소리는 긴 에코 로 여운을 남긴다. 불 꺼진다.)



-1막 3장-
요네꼬의 음성
그렇게, 우리 엄마는 싸늘하게 식어갔다. 평소부터 건강이 좋지 못했던 우리 엄마는 그렇게 그 외출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은 그 좋아하던 절에도 가지 못하게 됐다. 조금만, 조금만 더 의사를 일찍 불렀어도 우리 엄마는 살수 있었을 텐데...천리교.. 그놈의 천리교가 우리 엄말 죽였던 거다.(외줄기 조명이 잠시 여자 있는 곳으로 들어온다. 그곳엔 여자가 표독스러운 얼굴로 팔짱을 낀 채 서 있다. 불 켜지면 대사)

여자:흥! 그 성수를 먹고도 낫지 않다니.... 그건 그 여자가 그만큼 믿음이 없었다는 증거일 뿐이야. 겉으로는 번드르르하게 잘 믿은 척 우릴 속였겠지만, 그 가증스런 행위로 우리를 감쪽같이 속였어도,   우리 신까지 속일 수는 없었던 거야!.(조명 꺼진다)  그 무렵부터 난 모든 종교라는 것에 대한 증오를 갖게 되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다.  (모두 어두운 상태. 한줄기 조명 켜지고, 요네꼬 등장. 뭔가 불안한 듯, 잔뜩 웅크리고 경계하는 몸짓이다. 그때 한쪽에서 불교와 관련한 슬라이드와 음향효과. 그녀, 뭐에 놀란 듯 멈칫하면서 다른 쪽으로 피한다. 이때, ‘싫어’하는 요네꼬의 목소리. 그녀가 피해 도망간 쪽에서 다시 기독교와 관련한, 계속해서 천주교, 천리교등... 종교와 관련한 장면과 음향효과, 그럴 때마다 ‘싫어’소리 연발하며 점점 무대 가운데 엎어지는 요네꼬. 나중에는 모든 장면과 소리 어지럽게 지나가고, 요네꼬 무대에 엎드려서 계속‘싫어’소리 연발. 그러다가 마지막‘싫어!’소리 긴 에코를 주며 모든 장면과 소리 종료. 잠시 후 바닥에 엎드렸던 요네꼬는 천천히 고개를 들면서 대사)

요네꼬:왜...왜 살아야만 하지? 삶.. 내게 있어 대체 그게 무엇인거야! 이렇게 살거면 대체 왜 살아야 하  지? 미움과 증오... 복수심...그게 대체 무슨 의미야. 다 부질 없는 짓이지. 암! 다 쓸데없어! 죽는  다! 끝난다. 그뿐이다. 그래, 그뿐인 거야! 죽고 나면 모든 게 다 끝나겠지. 나의 이 비극도, 그리고  나의 마음에 가시처럼 엉켜있는 이 증오도....바다로... 바다로 가자. 거기로 걸어 들어가는 거야. 이 맘속의 이 증오와 미움이, 아픔과 슬픔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무대 한쪽으로 걸어간다. 그때 뒤에서 강한 불빛과 함께 열차의 음향. 그러자 요네꼬 뭐에 놀란 듯 열차 쪽을 바라본다. 빛이 서서히 꺼지고 음악도 줄어들고 나면 요네꼬, 무엇을 할 줄 몰라 서성거린다. 그때 다시 한번 열차의 소리와 불빛, 역시 요네꼬 그쪽을 바라보다가 계속 어찌할 줄 몰라 무대를 서성거린다. 그러다가 또다시 열차소리, 불빛. 요네꼬 그쪽을 바라보다가 뭔가에 뛰어드는 몸짓. 조명 꺼짐과 동시에 길고 강한 하이 톤의 여성 비명소리 에코를 강하게 주어서.)



-2막 1장-
(병원 응급실. 온갖 기계들이 삐삐거리는 소리 들린다. 무대 한쪽 끝에 환자용 침대에 누워 있는 요네꼬. 무대의 다른 끝에서는 간호사들 저희끼리 쑥덕대고 있다.)
-얘...얘... 저 여자야 저 여자..
-뭐가?
-아! 왜 있잖아 며칠 전에 달리는 열차에 뛰어들었다는
-아! 며칠 전에 실려온 사람!
-참 무서운 여자야. 달리는 열차에 뛰어들 생각을 하다니...
-독한 여자지... 나 같음 차라리 그 독한 맘으로 더 열심히 살아 보겠는데....
(그때 수간호사로 보이는 간호사 등장. 한 손엔 차트. 다른 한 손엔 주사기가 담겨있는 접시가 들려 있다. 등장하면서 간호사들에게 차가운 눈길로 쏘아보는 간호사)

간호사:뭐야! 여기서들 뭐 하는 건데! 응? 다른 병동에선 바빠 죽겠다는데, 여기서 한가하게 노닥거릴 시간 있어? 한가하면 가서 책이나 한자 더 보지 그래! 왜 응급실에들 몰려 와서 시끄럽게 노닥거리는데! 빨리 안 나갓!(간호사들, 기가 죽어 우르르 몰려서 퇴장. 간호사는 요네꼬에게로 와서 담요를 다시 덮어 주고, 링거를 조절해 주는 등. 환자의 상태를 살핀다. 그때 요네꼬 가늘게 신음하면서 몸을 뒤척인다. )

간호사:어? 이봐요 아가씨! 정신이 좀 들어요?

요네꼬:음.. 음...

간호사:이봐요. 정신 좀 차려 봐요. 내말 들리죠?

요네꼬:음.. 여....여기가....어..디에요?

간호사:놀라지 말아요. 여긴 병원이에요.

요네꼬:병원...(뭔가가 생각난다는 듯) 아! 그래요. 난 달리는 열차에 뛰어 들었었어.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내가 살아있지? 이봐요. 내가 지금 살아 있는 거 맞죠?

간호사:물론이죠. 당신은 아주 건강하게 잘 살구 있답니다.

요네꼬:아! 정말.. 정말 내가 살았어! 오! 감사합니다. 너무나... 너무나 감사합니다!!(일어나려 한다. 간호사 어쩔 줄 몰라 한다)저기요. 나 좀 부축해 줄래요? 팔을 쓸 수가 없네...(일어나려고 자기 팔을 살피다가 팔 하나가 없음을 알고 비명을 지른다) 꺅! 뭐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내팔... 내 팔이 어디 갔죠?

간호사:유감이에요, 요네꼬. 하지만 목숨을 건진 데에 감사해야죠? 잊었어요? 당신은 열차에 뛰어들었어요. 보통 사람이었음 분명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꺼야. 하지만 당신은 살아났잖아요. 이건 정말 기적이라고 밖엔 할 수 없잖아요.

요네꼬: 그래요. 당신 말이 맞는 것 같아. 그래요. 난 팔 하나를 잃었지만 그래두 건강한 두 다리가 있으니깐요. 목숨을 건졌는데 그깟 팔 하나 정도야......(침대에서 내려오려 한다. 간호사 어쩔 줄 몰라한다.. 요네꼬 내려오다가 침대 밑으로 떨어진다)

요네꼬:어?! 이...이건 또 뭐야! 내 다리...내 다린 또 어디 갔어? 뭐야 어떻게 된 거예요?

간호사: 유감이에요. 잘려나간 건 팔 하나가 다가 아니었어요...하지만...

요네꼬:시끄러! 싫어 듣기 싫다구! 당신이 뭘 알아! 당신의 그 위선적인 위로 따위는 듣고 싶지 않아요. 이게 뭐야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죽어 버리는 게 낫지!(벽에 머리를 부딪히는 시늉. 간호사 놀라서 그를 말린다)놔! 이거 놔! 이런 꼴로 어떻게 살라는 거야! 사람들에게 병신이라고 손가락질 당할 꺼고, 결혼도 못하게 될 꺼야. 으으으.. 싫어 나가! 나가란 말야!!!흑흑(손에 잡히는 것들을 마구 집어던진다. 뭔가가 와장창 부서지는 소리. 그런 그에게 간호사는 안정제를 한 대 맞힌다. 난동 부리던 요네꼬 잠시 후 스르르 엎어진다. 그런 그녀를 부축해 침대에 다시 뉘이고서 간호사 퇴장 조명 꺼진다)



-2막 2장-
(어둠 속에서 의사와 간호사의 목소리. 둘의 대화 중에 조명 켜진다)

의사:이봐요 간호사, 환자 상태는요?(조명 켜진다)

간호사:어휴! 말도 마세요. 얼마나 난동을 부리던지, 지금 진정제로 겨우겨우 재워 놨어요. 휴~ 그런 몸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는지...

의사:휴~ 이해해.. 충분히 그럴 수 있지....사람이 두 다리와 팔 하나가 잘려 버렸는데 어느 누가 안 그러겠어. 지금 그렇게 난동을 부린다면 그건 힘이 아닌 악으로 하는 짓이겠지...

간호사:젊은 나이인데.. 참 안됐어요...

의사:그 환자 특별히 좀 보살펴 줘요. 지금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일테니깐.

간호사:예! 알겠습니다.  (의사와 간호사 있는 쪽 조명 꺼지고, 반대편에 요네꼬가 휠체어에 앉아 있는 쪽에 조명 들어온다. 요네꼬 손에 작은 약병을 들고 흔들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약병 속에는 작은 알약 몇 알이 들어 있다.)

요네꼬:흐흐흐..됐어! 이제 조금만 더 모으면 돼! 흐흐흐! 자기들 딴엔 내가 난동부리는 게 귀찮아서 이걸 나에게 주는 거겠지? 내가 이렇게 모으고 있다는 것두 모르고 말야. 그래! 이걸 먹고 콱 죽어버리는 거야!  이렇게 살아 봤자 뭐해. 사람들에게 병신이라고 손가락질 당할 꺼구 결혼도 못할 꺼야. 평생을 그 고통에서 살아야돼.. 아니, 난 그럴 수 없어. 그럴 바에야 이것을 먹고 확 죽어버리고 마는 거야!(무서운 표정 짓는다. 조명 꺼진다. 다시 의사와 아키도시 있는 쪽에 조명 들어온다.)

의사:글쎄요.. 전도사님 뜻은 알겠는데, 아마 어려울 겁니다. 지금 완전히 마음을 닫아 걸구서 아무하고  도, 아무런 얘기도 안하려 해요. 어쩌다가 저나 간호사가 들어가도 미동도 안하거나 아님 아예 엄  청난 난동을 부리죠. 그래서 지금은 겨우겨우 수면제로 진정시키고 있어요. 어머 전도사님이라 해  도 그리 뾰족한 수는 없을 겁니다.

아키도시:아! 예 잘 알겠습니다. 그치만 어차피 사람 사는 세상 밑져봐야 본전이라는데, 한번 밑져 보죠. 까짓 거 마음이 닫혀 있다면 열면 되죠. 그건 이걸로(성경을 보여주며)열면 됩니다. 하나님의 말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묘약은 없습니다. 한번 부딪혀 보겠습니다. 난 나의 하나님을 믿습니다.

의사:음... 그래요, 난 당신네 예수를 믿지 않아서 솔직히 전도사님의 말씀이 다는 이해가 되지는 않는  군요. 하지만 당신네 예수님이 그렇게 위대한 분이시라면, 그리고 전도사님의 뜻이 그렇게 완고하다면야 굳이 말릴 필요까지야 없겠죠. 힘내십쇼. 건투를 빕니다. 그 예수님이라는 분이 당신을 지킬 것이오.

아키도시:고맙습니다.(조명 꺼지고, 한줄기 조명만이 아키도시를 쫒아 간다. 아키도시 요네꼬가 휠체어에 앉아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문여는 동작, 음향효과. 아키도시 들어서면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요네꼬 슬며시 고개를 든다. 잠시 아키도시를 바라보던 요네꼬, 힘없고 지친 목소리로 대사)

요네꼬:뭐야!

아키도시:안녕! 귀여운 아가씨! 전 아키도시라구 합니다. 예수님 전하는 전도사구요. 오늘은 아가씨가   무척 외로울 것 같아서 친구해 줄려고 이렇게 찾아 왔죠.

요네꼬:전도사~ 예수....훗(피식 웃으며 고개를 밑으로 숙이며 돌린다)예수쟁이라구?

아키도시:예! 바로 보았습니다. 예수님 좋아서 쫒아 다니는 예수쟁이~

요네꼬:그렇다면 오늘은 아무래도 번지수를 잘못 찾으신 것 같군.

아키도시:예?

요네꼬:(고개도 돌리지 않고 냉소적으로)이것 봐요, 내가 지금 이 모양 요 꼴로 여기 왜 처박혀 있는 줄 알아요? 내가..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훗....당신 같은 예수쟁이가 뭘 알아?(갑자기 흥분해서 베게를 아키도시에게로 던진다) 나가! 나가란 말야! 싫어! (몸을 부르르 떨며) 싫다구 가! 가란 말이야! 보기 싫어 가!

아키도시:(그녀를 진정시키려 애쓴다)요네꼬..요네꼬.. 내말 좀 들어봐요..예?

요네꼬:싫어 싫단 말야! 가라구!이것 봐(자신의 다리를 보여주면서) 실컷 봐! 그래! 나 당신네들이 비웃는 병신이야! 그래서 뭐가 어쨌는데! 값싼 동정이나 해주려고 왔겠지! 흥! 나는 뭐 처음 날 때 부터 병신이었는 줄 알아! 내가 왜 이 꼴이 됐는지 알기나 해! 종교(몸을 떨면서 목소리도 가늘게 떨린다) 그놈의 종교가 우리 엄말 죽였어! 그리고 날 이 꼬락서니로 만들어 놨어! 이제 내게서 또 뭘 빼앗아 가려구 그러지? 싫어! 난 모든 걸 다 뺏겼어! 내 엄마도, 내 몸뚱이도, 그리고 내 행복도..이미 내 모든 것을 다 빼앗아 갔으면 그만 됐잖아! 이제 내게서 뭘 더 원하지? 이 병 신 몸뚱이라도 내어줄까? 싫어! 이젠 더 이상은 싫어 더 이상은 나두 뺏길 수만은 없어! 아니 뺏기기 싫어! 싫단말야!

아키도시:요네꼬, 진정하고 내말 좀 들어봐요. 이래봤자 요네꼬 당신에게 얻어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단 말예요. 진정하구 내 말 좀 들어 봐요 예? 저는 당신에게 뭘 빼앗으러 온 것이 아니예요. 오히려 저는 당신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주려고 온 거예요 내말 이해 되요?

요네꼬:싫어! 듣기 싫어 나가! 흥.. 예수! 그렇게 대단하다는 사람이 왜 내가 요 모양 요 꼴이 될 때까지 가만히 있었던 거지? 당신이 나에 대해서 뭘 알아! 그리구 그 예수가 날 얼마나 안다는 거지? 당신이 두 다리와 한 팔 없이 살아 봤어? 그 대단하다는 예수가 이런 비참한 몰골로 평생을 살아 봤대? 그 대단하다던 석가가, 공자가, 알라신이 이런 고통을 당해 봤대요? 그러고서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잘난 척은 다 하고 살지....너무 위선적이지 않아요? 내 고통에 대해선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뭘 어떻게 얼마나 위로를 할 수 있다는 거죠? 난 그래서 예수가 싫고, 예수쟁이들이 싫어! 아니 모든 종교가 다 싫어!!!(그때 간호사가 등장. 아키도시를 내쫓는다)

간호사:뭐예요, 무슨 일이야! 이게....이것 봐요! 환자가 이렇게 난리를 치는데, 뭐하고 있어요. 아휴~ 오늘은 더 이상은 안 되겠어요 나가요! 빨리요! 아이 선생님도 참! 어째 이런 것을 허락해서 말이야....(아키도시 등 떠밀려 퇴장 조명 꺼진다)  
요네꼬의 음성.-앞으로의 내 운명을 또 다시 바꿔놓을 사람....그렇게 그와의 첫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나를 너무나도 사랑하신다는 어떤 분이 내 곁에 늘 계셨음을 조금씩 깨닫게 된 것도 그 무렵쯤부터였다. 당시로서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그 후에도 그는 여러 차례 나를 찾아 와서 이 얘기 저 얘기 혼자서 떠들다 갔다. 그 때마다 나는 난동을 부려서 그를 곤란하게 만들거나 아예 돌아누워서 듣는 체도 안했지만, 그는 포기할 줄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부터는 그가 올 때가 됐는데 안 오는 날이나, 어쩌다가 늦게 오는 날은 하루종일 그를 기다리기도 했었다. 또 어떤 날은 그가 오는 시간이면 예쁘게 단장을 하고 있는 내 모습도 본 적이 있었다. 난 이런 내 모습이 경멸스러웠다... 그리고...



-3막 1장-
(막 오르면 요네꼬 병실 한구석에 휠체어를 탄 채로 웅크려 있다. 조명 요네꼬를 비춘다. 잠시 후 노크소리. 요네꼬 소리가 들리자 더욱 몸을 웅크린다. 다시 노크소리, 요네꼬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요네꼬:(고개도 안든 채) 싫어! 가! 아무도 보기 싫단 말야 가! 가라구! (조용한 상태,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그러자 요네꼬. 불안한 듯 슬며시 고개를 들어 문 쪽으로 귀를 기울인다. 그래도 아무 소리가 없자. 불안한 표정으로 휠체어로 문까지 간다. 문에 와서 귀를 기울인다. 그때 살며시 열리는 문. 요네꼬 놀란 표정. 아키도시 등장. 한 손엔 카세트 레코더가 들려 있다.)

아키도시:어?! 요네꼬 뭐하고 있었어요?

요네꼬:아.. 저 그게 그러니까.....

아끼도시:아! 나 기다리구 있었구나! 그죠?

요네꼬:(정색하며) 아니예요! 무슨 소리를!

아끼도시:그면 뭐하구 있었어요?

요네꼬:아..저.. 그러니깐.. 아.. 파리! 파리가 문에 붙어 있길래....

아키도시:(문 주위를 살피며)아하! 그렇구나, 이 병원에서는 겨울에도 파리가 사는구나. 에그....병원에 파리가 살면 되나....그것도 겨울에 말야....다음에 올 때는 파리채라도 하나 사다 드려야겠네....

요네꼬:아...뭐 파리채 따윈 필요 없어요. 워낙 병원에서 소독을 잘 하니깐.....(갑자기 화제를 바꾼다) 아,  그건 그렇구 여긴 또 왜 왔어요?

아키도시:아 예! 전 언제나 그렇죠 뭐... 아가씨 친구해 줄려구...

요네꼬:그렇게 당하구서도 몰라요? 내겐 어떤 수도 통하지 않아요. 난 당신이 미워요. 내 맘은 결코 변  하지 않을 껄요. 그보다도 빨리 나가요. 빨리 안 나가면 간호사를 불러 당신을 쫓아내겠어요.

아키도시:(능청을 떤다) 맘대로~ 오늘은 미리 간호사 언니하구 허락두 맡구 그랬으니깐..

요네꼬:정말 이러기예요?

아키도시:걱정 말아요. 나두 바쁜 사람이구 시간 되면 알아서 다 나갈 꺼라구요 .그 전에 자, 이거(카세  트 테잎을 들어 보인다)한번 들어 보실래요? 그리구 나면 나가지 말라구 붙잡아두 알아서 나  갈께요.

요네꼬:누가 붙잡는다구 그래요? 흥. 맘대로 해 보세요. 누가 꿈쩍이나 하나. 대신 이 수작이 끝나고 나  면 꼭 나가기에요.

아끼도시:물론이지요. 자, 시작할까요?(카세트를 레코더에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이 플레이 버튼  과 동시에 모든 조명 꺼진다. 카세트에선 목사님의 음성. Filter)
목사(음성, Filter):자, 오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말씀은 이사야 53장 5절 말씀입니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  (말씀 봉독이 끝남과 동시네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 함성소리와 야유 소리 들린다. 잠시 후 예수. 십자가를 메고 힘겹게 등장한다. 도중에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고 절뚝거리며 비틀거리면서도 요네꼬의 주위를 큰 원을 그리면서 한바퀴 돈다. 그 동안 계속해서 사람들의 함성 소리. 몇몇의 튀는 목소리로.)  -오! 유대의 왕이여! 우리를 구원하소서~ 낄낄~  -하하하!! 니가 하나님의 아들이라구! 예끼! 무엄한 놈! 그렇다면 너는 왜 너 자신을 구원하지 못하나?  응!   -무엄한놈. 니가 감히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떠벌리고 다니겠다! 그래 오늘 너 한번 죽어봐라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시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여!!!  (그럴 때마다 예수는 묵묵히 고개만 숙이고 그 목소리들이 다 끝날 때까지 묵묵히 무대를 돌다가 무대 중앙에 와서 선다. 곧이어 들리는 요네꼬의 음성.)  -왜! 왜 살아야 하지?(괴로워하는 예수님의 모습)  -바다로, 바다로 가자(또 다시 괴로워한다)  -그래, 콱 죽어 버리고 마는 거야(더욱 괴로워하는...)  -흥.. 예수! 그렇게 대단하다는 사람이 왜 내가 요 모양 요 꼴이 될 때까지 가만히 있었던 거지? 당신이 나에 대해서 뭘 알아! 그리구 그 예수가 날 얼마나 안다는 거지?(이 대사 중에 계속 괴로워한다)  내  고통에 대해선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뭘 어떻게 얼마나 위로를 할 수 있다는 거죠? 난 그래서 예수가 싫어!(‘싫어’소리가 끝나기 전에 십자가에 못 박히는 소리-쾅-강한 Echo)   싫어!(쾅-에코)  싫어!(쾅!)  (마지막 '싫어' 소리와 못 박히는 소리는 길고 강한 에코로 긴 여운을 준다. 곧이어 암울하고 슬픈 음악. 잔잔히 흐른다. 요네꼬와 아키도시의 목소리만.)

요네꼬:(울먹이면서) 이...이게 모두 사실인가요? 이게...정말이란 말예요?

아키도시:물론이죠.

요네꼬:그..그가...그, 예수가.....아니, 예수님이 나.. 나 때문에 죽었다구요? 이게 정말이란 말예요?

아키도시:요네꼬, 지난번에 예수님께서 두 다리와 두 팔이 없이 살아 보지 않아서 당신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할꺼라고 했죠?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물론 예수님은 당신과 같은 장애자의 몸은 아니셨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당신의 지금 이 고통보다 몇 십배는 더할 큰 고통을 당하셨어요. 십자가에 못박혀서 말이죠. 이유는 단 한가지에요. 예수님은 당신을 너무나도 사랑하시고 계셨고, 지금도 그러시기 때문이죠. 당신이 어머니를 잃었던 그 순간에도, 당신이 바다에 뛰어들 생각을 가졌을 때도, 그리고 당신이 열차에 뛰어들었을 때나, 병원에서 절망의 나날을 보내던 순간까지...예수님은, 아니 하나님은 언제나 요네꼬, 당신을 지켜보시고 계셨고, 그런 당신의 모습에 얼마나 안타까워 하셨을는지.......생각 안해 보셨나요?

요네꼬:근데... 그런데 이 기분은 또 뭐죠? 너무 답답해. 가슴이 터져버릴 것만 같아요. 그가.. 그가 나 때문에 죽다니... 그가.....

아키도시:요네꼬,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랍니다.

요네꼬:그렇다면 뭐가 또 있다는 거죠? 그래요, 솔직히 그가 나 때문에 죽었다는 건 인정하겠어요. 하지만 그래서 어쨌다는 거예요? 죽으면 모든 게 끝인데... 죽은 사람이 날 위해 뭘 해 줄 수 있다는 거죠?

아키도시:요네꼬, 그분은 돌아가셨어요. 그래요 그건 사실이죠. 하지만 그분은 살아계세요. 이것 역시 확실한 사실입니다. 그분은 죽으셨지만 사흘 후에 다시 살아나신 기적을 보이셨다구요! 믿기지 않겠지만 이건 사실이예요.  (어둡고 암울했던 조명과 음악, 어느 순간 그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밝고 기쁜 음악으로 바뀐다. 무대중앙에 십자가에 못박혀 있던 예수, 같이 등장하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팔을 벌리고 찬양을 한다. 요네꼬와 아끼도시, 함께 찬양한다 모든 찬양이 끝나면 사람들 질서있게 퇴장하고, 불 다시 꺼진다.)

요네꼬:(강한 목소리로) 믿어요! 그래요 믿겠어요! 오! 예수님... 그 예수님이 나의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시는군요. 그분이.....분명히 살아계신 것을 믿을 수 있어요. 그분이 나하구 함께 계시다는 걸  믿겠어요. 이 벅찬 기분.. 이건 또 뭐죠? 주체를 못하겠어!

아키도시:(요네꼬를 안아주며)그래요, 요네꼬 이제 당신은 하나님의 진정한 딸이 됐어요. 그리고 이제   당신과 난 주안에서 한 형제 자매가 된 거랍니다.(요네꼬를 바라보면서)자, 요네꼬 자매님, 기  도 하시겠어요?(요네꼬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아끼도시, 요네꼬의 손을 잡고 기도 시작.   불 꺼진다.)



-3막 2장-
요네꼬의 목소리(이번엔 밝고 경쾌한 목소리로) -그렇게 난 나를 그토록 사랑하신다는 그분과의 첫 만남을 가졌다. 항상 어둠 속에서 남을 미워하고 저주하며, 증오심으로 살아왔던 내게 이제는 새로운 빛이 비춘 것이다. 어느 누구도 나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으로 꼭꼭 닫아걸고 살았던 나의 마음은 그분을 만나고 나서 활짝 열리게 되었다 그 누구도 그 어떤 종교도 나의 아픔을 이해하는 그런 것은 없었다. 하지만 예수님만은 나의 고통을 아셨다. 그는 나보다 더 큰 고통을 당하셨기 때문에.....그리고 그는 다를 신들과는 다르게 살아 있기 때문에....이제 나는 하루하루가 새롭고 날마다 기쁜 맘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됐다. 다소 늦긴 했지만 이제서야 난 내가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에 대한 길고도 지루한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무렵. 내겐 또다시 새로운 삶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요네꼬의 목소리)

요네꼬:(목소리 많이 놀란 듯한)뭐라구요?(조명 켜짐) 전도사님.. 저와...결혼 하시겠다구요? 아뇨... 안돼요.. 그럴 순 없어요.(고개를 가로 저으며)안돼요. 그건 정말 안돼는 일이에요. 누가 뭐라고 해도 이것은 정말 안될 일입니다. 아니, 오히려 누군가에게 말하면 다들 기막혀 할껄요.

아키도시:요네꼬..

요네꼬:(그의 말을 막으며)아뇨.. 절대 안돼요. 이건 전도사님이 어떤 말씀을 하셔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예요. 잊었나요? 전 보시다시피(자신의 몸을 보여주며) 이렇게 팔 하나와 두 다리가 없는 흉한 병신이라구요! 저 따위는 누군가의 아내와 엄마가 될 수 없어요! 그건 나 아닌 다른 모든 사람들을 힘들게 할뿐입니다! 전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할 수 없어요! 제발 생각을 돌리세요. 나 말구 다른 예쁜 자매 만나서 행복하게 사세요.

아키도시:아니요. 요네꼬, 잊지 않았어요. 저는 누구보다도 당신의 장애를, 당신의 아픔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요네꼬, 난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당신 아닌 어떤 여성도 날 행복하게 할 수 없어요. 오직 요네꼬, 당신뿐이예요. 난 당신의 전부를 사랑하는 거예요. 당신의 몸이 조금 불편할는지 모르지만 그 따위는 아무 것도 될 수 없어요. 벌써 잊었나요? 하나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그렇죠? 하나님께서 두 다리가 없다고 당신을 매정하게 버리진 않아요. 하나님은 요네꼬 자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시는 거란 말예요. 그건 요네꼬 자매가 누구보다도 더 잘 알잖아요. 하나님께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 부족한 저 따위에게 문제일 수는 없습니다.

요네꼬:하지만, 전도사님..

아끼도시:(요네꼬의 말을 막으며) 그만해요. 난 요네꼬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하나님이 우릴 축복하실꺼예요. 그거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합니까?  (소등. 조명 끈 상태에서 곧이어 웨딩마치 소리. 그리고 근엄한 목소리의 성혼 선포소리.)
-소리: 오늘 여기 있는 우리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 증인이 되어 여기 새로이 출발하려 하는 두 사람의 성혼을 선포합니다. 하나님 아닌 그 어느 누구도 이 둘을 갈라놓지 못할 것이며, 오직 이 둘 가운데 한 분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갈 때까지 그 누구라도 절대로 떼어놓지 못할 것임을 여기 모인 많은 하객들과 하나님 앞에서 엄숙하게 선포합니다!
(소리가 모두 끝나면 웨딩마치음악 잠시 높아졌다가 서서히 줄어든다. 음악이 완전히 꺼지기 전에 초인종 소리. 불 켜지면, 문을 열고 한 여인이 어떤 아이의 휠체어를 밀고 등장. 아이는 자고 있다)



-3막 3장-

여인:저..실례합니다. 좀 들어가도 될까요?

요네꼬:물론이죠. 안 그래도 연락 받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여인:아유~ 초면에 이렇게 실례해서 어쩌죠?

요네꼬:뭘요, 어려울 땐 서로 돕는 게 당연한 거죠. 아! 이 아이인가요?

여인:휴~ 이 녀석 생각만 하면 가슴이 찢어져요...내가.. 내가 부주의한 탓에.. 흑흑..

요네꼬:(그녀를 진정시키며) 자, 자 진정해요. 그보다, 얘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여인:(손수건으로 눈물 훔치다 말고)휴~ 언젠가부터 세상 다 살은 노인네 마냥, 꼭 그렇게 살더니만, 어느날 친척집에 가려고 기차역에 갔는데, 내가 부주의한 탓에 그만...열차에 뛰어 들었죠..

요네꼬:(방백)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진작 죽었어야 할 죄인 살려 놓으신 것두 감사한데, 이 죄인이 받  은 은혜 저와 똑같은 처지의 사람에게 나누라 하시다니요! 저 같은 쓸모 없는 몸뚱이 사용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여인:이봐요! 요네꼬.. 요네꼬! 뭐해요?

요네꼬:에? 아! 아무 것두 아니예요. 음. 그렇다면 이 녀석을 당분간만 제가 맡도록 하죠. 저와 함께 생  활하면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하는 겁니다.

여인:괞찮겠어요? 당신 몸도 불편한데...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게...

요네꼬:아니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방법밖엔 생각 안나요. 아무런 문제도 없어요 오히려 나와 함께 살  면서 나의 생활하는 모습을 배우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여인:그래도..

요네꼬:이 일은 내가 하는 일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내게 시키셔서 그분의 능력으로 하는 일이지요. 난  그분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걸요.

여인:(어쩔 수 없다는 듯) 휴~ 그렇다면 하는 수 없군요. 당분간만 당신을 믿어 보도록 하죠. 하지만,   당신이 힘들어하신다면 언제든지, 데려가도록 할께요.

요네꼬:예. 그러세요.  (조명 꺼진다. 요네꼬의 음성)




-3막 4장-
요네꼬 음성
-그렇게 그 아이는 나와 함께 우리 집에서 살게 됐다. 처음에 그 녀석은 사사건건 나와 전도사님의 도움을 요청하곤 했었다. 그러나 그게 자기 맘대로 안되면 한바탕 난동을 부리곤 했다. 마치 옛날의 나처럼...  (어둠 속에서 아이 소리친다)

아이:아줌마! 아줌마! 이리 좀 와보세요. 빨리요. 예! 빨리 좀요.(불 켜지면 요네꼬 황급하게 아이곁으로 다가간다)

요네꼬:무슨 일이니? 무슨 일이야! 응?

아이:오줌 마려 죽겠단 말예요. 빨리 좀 어떻게 해 줘요.. 예?

요네꼬:안돼! 그런 가장 기본 적인 일 같은 것은 너 스스로 해결 할 줄 알아야 한다.

아이:안돼요. 나 혼자서는.....제발요. 나오겠어요. 벌써 세 시간째 참았단 말예요..어떻게 좀 해 줘요.

요네꼬: 안돼는 게 어딨니? 아줌마도 너랑 똑같은데, 아줌마는 그런 건 혼자서 해결하잖아, 아줌마두 하니깐 너두 분명 혼자 할 수 있을꺼야!

아이: 안돼요. 안된다구요! 아줌마랑 저랑 같아요? 아줌마는 할 수 있는지 몰라도 난 안된다구요. 빨리요. 아! 아! 나온단 말예요....

요네꼬:아니야, 넌 분명 할 수 있을 꺼야. 이렇게 사소한 일마저 남의 도움을 받게 되면, 넌 앞으로 혼자서 살아 갈 수 없을 꺼야.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단다. 나도 언제까지나 너의 도움이 되어 주지 못해, 너의 어머니도 그건 마찬가지야, 넌 너 혼자서도 얼마든지 살아 갈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줘야 해! 바로 이 아줌마처럼!

아이:난, 난 싫어요! 왜 나 혼자 살아가야 해요? 싫어! 나 혼자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구요! 제발요....  (그러다가 결국 아이는 바지에 실례를 하고 만다) 앙! 이게 뭐야!!! 결국은 더럽게 이렇게 됐잖아요! 아줌마가 쫌만 빨리 도와 줬어도!, 싫어! 난 더 이상 이렇게 살진 않을 꺼야!(울면서) 난 울 엄마한테 갈꺼야!  엄마에게 보내줘요! 이게 뭐야! 난 이런거 원하지도 않았는데, 자기들 멋대로 나를 여기다 떼놓고 가더니, 도와주지도 않고, 사사건건이 뭐든지 나 혼자서만 하래! 싫어! 싫어! 싫어!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던진다..그러자 요네꼬, 울면서 방백 기도.)

요네꼬: 오 하나님! 이 아이를 불쌍히 여기소서! 주께서는 저의 고통을 아십니다. 그리고 이 아이의 고통도 아십니다. 주님! 이 아이를 불쌍히 여겨 주시고 변화시켜 주옵소서. 이 아이에게 소망을 주옵소서, 이 아이의 맘속에 하나님이 살아 계셔 역사하시고, 그로 인해 이 아이가 새 삶을 살게 하옵소서, 저를 너무나도 사랑하셔서 절 변화시키신 그 힘으로 그 영으로 이 아이에게 역사 하소서!(소등)
요네꼬의 음성.
-그렇게, 우리는 그 아이의 그런 모든 행동을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그리고 그 아이도 계속 그렇게 자기 멋대로 되지 않자 난동을 부리면서 울어댔고, 그 모습을 보면서 전도사님과 나는 같이 울면서 얼마나 기도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차차 시간이 갔고, 그 아이는 점점 우리의 손길을 아예 포기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난동을 부리는 횟수도 점점 잦아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3막 5장-

아이:(목소리)아줌마! 요네꼬 아줌마!(조명 켜진다)

요네꼬:(급히 휠체어로 그에게 다가간다)왜... 왜 그러니? 무슨 일이지?

아이:아줌마! 이것 좀 보세요. 예?

요네꼬:뭔데.. 뭐야.. 뭔데 그래?

아이:아줌마! 드디어 성공했다구요! 이것 좀 봐봐요!

요네꼬:에이 참 사람 자꾸 궁금하게 하기야! 뭔데 그러는거야!

아이:아줌마! 내가..내가 드디어 나 혼자서 소변보는 거를 성공했다구요.

요네꼬:(말없이 아이만 바라본다)

아이:못 믿겠어요? 못 믿겠으면 이리 와서 이것 좀 봐요. 예?

요네꼬:(감격에 겨워서)그래... 그래.. 알겠어...그래 믿겠어. 믿어(아이를 와락 끌어안으며)그래! 장하다.  장해! 전 정말 대단한 아이야! 그래.. 장하다....

아이:(안겨있는 상태에서)아줌마, 이제 딴 거두 다 가르쳐 줘요. 밥 먹는 거, 공부하는 거, 요리하는 거까지.. 다요.. 예? 음...우선은 글쓰기부터.....엄마한테 편지쓸꺼야. 나 혼자서 할 수 있다는 거를 엄마한테 젤 빨리 알려 주고 싶어요! 아니, 아니, 그보다도 기도하는 것부터 젤 처음 배워야 겠다. 하나님이란 분한테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어요.

요네꼬:그래.. 그래 알았어. 그래 그렇게 한 가지씩 한 가지씩 천천히 배워 나가자. 응?(하늘을 보며) 오! 주여! 주여 정말 감사합니다. 주여..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일은 제가 한 일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능력과 이 녀석의 믿음이 기적을 가능케 하시는군요. 오 정말 감사합니다!(소등)  (무대정리, 무대엔 아무런 세트도 남기지 않고 모두 치운다. 불 켜지면 아키도시가 요네꼬의 휠체어를 밀면서 등장한다. 외줄기 조명이 그 둘만을 비춘다. 아키도시가 뒤에서 요네꼬의 손을 말없이 잡아주고 있다.요네꼬. 대사)

요네꼬:(밝고 당당한 목소리로) 내 이름은 요네꼬, 행복의 딸이라는 뜻입니다. 전, 지금 그 누구보다도  더 행복합니다.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요. 날 너무 사랑하시고 계신 그분이 죽었어야 할 절 살리시며 대신 죽어 주신 사랑을 아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분이 지금도 살아 계셔서 제게 많은 사랑을 부어 주시고 계시니까요. 저, 지금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날 너무나 사랑하시고 또 이런 몸을 통해서 내가 받은 그 사랑을 나누라고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그분을 찬양합니다. 난, 정말, 정말 행복합니다.  
(요네꼬와 아키도시, 너무나 사랑한다는 듯이 서로를 잠시 쳐다본다. 그러다가 아키도시가 요네꼬의 휠체어를 밀면서 천천히 퇴장. 조명은 그들을 쫓아가다가 서서히 줄어든다 소등.)

끝.

●연출 노트
요네꼬는 어린아이와 성인의 연기자가 필요합니다. 풍부한 성량과 감정을 가진 연기자가 필요할 것 같네요. 요네꼬의 장애 부분은 조금 펑퍼짐한 옷으로 한 팔은 옷 속으로 집어넣도록 하며, 다리는 휠체어에 앉은 채로 다리 위에 담요등을 덮어놓으면 될 것 같구요.(아니면, 다리 장애자들이 입는 고무옷이 있는데, 그것을 입어도 될 듯...) 슬라이드 부분은 LCD 프로젝터를 사용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 되겠지만 여건상 안 되는 곳은 일반 프로젝터(보통 슬라이드라고 부르는 기계)를 사용해도 좋을 듯 싶고,(O.H.P는 적절치 않겠다 싶은데...)프로젝터의 필름은 직접 아이의 노는 모습을 촬영하는 것이나, 파스텔이나 크레파스 같은 것으로 그린 일러스트를 사용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수채물감이나 포스터물감보다는 파스텔이나 크레파스가 더 질감이 부드럽습니다)   병원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전문적인 기계 같은 경우 소품으로 준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어설픈 종이 소품이나 아니면 관객이 뻔히 아는 것을 속이려 드는 다른 기계들-믹서기나, 앰프나, 그밖에...정말 용서가 안되죠?^^;...-등의 정말 어설픈 소품류는 지양을 하는 것이.....)기계음 같은 것들의 음향효과로 대체를 하면 될 것 같고. 기차가 오는 장면 역시 음향과 조명으로 처리.....(무대에 기차를 난입시킬 순 없겠죠^^)   요네꼬의 나레이션 부분은 직접 연기가 아니구 미리 녹음해 놓은 테잎을 트는 것이 좋을 것 같구요(여러 가지 음향 효과를 넣기 위해서랍니다...-골드 웨이브(Gold wave)나 쿨 에디트(Cool edit) 같은 음향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하시면 여러 가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어지간한 인터넷 무료 다운로드 자료실을 찾으면 나옵니다. 공짜로 사용하시려면 골드 웨이브가 더 나을 것입니다 쿨 에디트 쉐어 웨어는 저장이 안됩니다. 단, 골드 웨이브는 Wav형식으로만 저장이 됩니다. MP3 형식이나 Real형식으로 만들려면 별도의 작업이 필요합니다.-쬐끔 귀찮습니다....구해야 되는 프로그램두 많구....- 두 프로그램 다 기본적인 영어실력만 된다면 사용하기는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극 초반에 나오는 의사와 후반부의 의사는 다른 인물임은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아시리라 믿습니다!   곳곳에 Pantomime과 슬라이드등, 연극 외의 요소들이 등장하는데, 극의 스토리 진행상 껄끄럽지 않게 잘 처리했음 싶습니다.